
◇주민 복지 차원 vs 상인 생존권
최근 울산 울주군 울주종합체육센터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한 기초근력강화(퍼스널 트레이닝, PT) 강습을 오는 4월부터 폐강(본보 2월21일자 6면 보도)하기로 했다. 해당 강습은 소그룹 PT 수업으로, 한 달 기준 98명이 수강할 수 있다. 가격은 한 달에 10여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강습은 헬스 초보들을 위한 운동 안내 차원에서 만들어졌고, 숙련 단계에 접어들면 집 주위 헬스장으로 등록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강습 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는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인근 일부 헬스 관련 사업자들이 손님들을 뺏어 간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결국 강습 폐지가 결정됐다.
반면 동일한 내용으로 강습하는 온산문화체육센터에는 아무런 불만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울주종합체육센터보다 더 많고, 더 가까운 곳에 헬스장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지만 상인들의 반발 없이 강습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헬스 수업 외에 노인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팔던 국수나, 적절한 가격에 좋은 커리큘럼을 갖춘 원데이클래스 및 공방 수업 등도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폐지된 사례가 있다.
이를 놓고 소상공인의 반발에 이미 개설된 수업이나 사업을 포기하는 행위가 반복되며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윈-윈 위한 협의체 시스템화해야
행정당국이 추진하는 공익사업은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당성을 갖추고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시장 원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공공재와 사적재의 경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순편익 고려 △협력 모델 구축 △이해관계자 참여 등으로 공익 사업의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업체의 수익을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선에서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공익 사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행정과 민간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나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렵고 민간 업체와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주민, 소상공인,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협회 위원 등 주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이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도희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울주종합체육센터의 경우 주민(상인)의 생계와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주민자치위원의 목소리를 듣고 사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상인들도 봉사에 참여하거나, 각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기 가게를 홍보할 기회를 주는 등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좋은 예시는 OK생활기동대다. 처음 시작할 때 철물점, 화환집 등 다양한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OK생활기동대와 상인들의 주 고객층이 다름을 설명하고, 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금은 호평받는 사업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