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0)]화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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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0)]화해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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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갈등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고 극락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순간순간 남들을 미워했다가 또 용서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때로는 상대와 화해하지 못하고 평생을 가슴앓이로 살아가거나 인연을 끊고 남남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와 더불어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화해 말하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해 말하기의 담화 구조는 한 사람 이상의 대상이 존재해야 하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사태, 사건)에 대해 바람이 일치하지 않아 감정적인 갈등과 다툼이 생겼으며, 서로가 그 갈등과 불만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일어나는 말하기다. 따라서 화해는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말하기로, 넓은 의미에서 협상 말하기라고도 할 수 있다.

화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화해하려는 의도가 먼저 있어야 하고 화해함으로써 쌍방이 유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화해는 상대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용서와는 달리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고 주장할 때 일어나는 쌍방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 화해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화해의 최적 정지점은 상대의 주장을 내가 받아들이고, 나의 주장을 상대가 받아들이는 타협의 정점이다.

화해 말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입장 바꾸어 말하기’다. 서로가 입장 바꾸어 생각할 때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리고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객관적으로 말하고 그 사실에 대해 ‘나-말하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문제를 ~~게 생각하며, 그에 대해~~ 게 느꼈다”와 같이 말한다. 또, 서로의 다른 생각이나 잘못을 여러 번 반복해 말하는 것은 화해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화해는 주로 감정적인 다툼이나 갈등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칫 이성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말소리는 최대한 차분하게 하고, 극단적인 말은 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다툼을 멈추고 서로가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화해의 마무리말은 서로가 “미안하다”와 “알았다”고 하면서 손을 잡는 것이다. 이것이 ‘다툼을 서로 좋게(和) 해결(解)한다’라는 ‘화해’라는 말의 속뜻이다. 용서의 서(恕) 자가 ‘서로가 마음(心)을 같이한다(如)’로 돼 있다. 따라서, 화해와 용서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용서와 이해 없는 화해는 어렵다.

다툼이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그 다툼을 지혜롭게 화해한다면 관계와 사랑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참으로 어려운 말하기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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