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8일, 잘 될 것 같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은 파탄이 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려면 항구적인 안정을 보장해야 한단다. 그것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다. 우선은 빼앗긴 영토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 이걸로 회담이 깨질 일인가? 맞는 말인데.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중시해 미국에다 공장을 짓든지 안 그러면 관세를 넉넉히 물라고 했고 가까운 이웃나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올리면서 이웃사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불법으로 들어오는 난민과 마약의 침투로를 차단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EU와 나토가 무임승차한다고 비방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돈을 더 쓰라고 한다. 사실,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주면 푸틴으로서는 닭 쫓던 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도 나토도 그걸 못한다. 푸틴이 무서운가? 알고 보면 허당인 러시아를 두둔하고 이웃나라와 우방국들을 거칠게 몰아세워 무엇을 얻을까? 얻는 것은 적대감이다.
트럼프는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쏟아 부은데 대해 본전에다 이자까지 뽑을 생각인 것 같다. 당장 전쟁을 종식시키면 전비가 안 들어간다. 전후 복구로 돈을 벌 수 있고 또 무기까지 팔아먹을 수 있다. 광물자원을 싸게 개발해 간다. 흑토지방에 농사를 돕고는 곡물을 싸게 수입해 간다. 그러니 당장 전쟁을 끝내고 싶다.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는 안중에 없다. 빼앗은 땅을 돌려주라면 푸틴이 회담장에 나올 리가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입을 막고 팔을 비틀어야 하나? 트럼프는 세계 만민이 보는 앞에서 젤렌스키의 면전에다 대고 미국이 손을 떼면 바로 죽을 운명이면서 무슨 말이 많으냐고 했다. 고마워하라고도 했다. 내가 낯이 화끈거렸다. 이를 보는 푸틴은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런데 왜 푸틴에게는 과분한 배려를 할까? 푸틴이 침략을 했고 오래전 핵무기를 빼어 가면서 한 약속을 안 지켰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고수미음(高樹靡陰), 독목불림(獨木不林)이라고 했다. 우뚝 서도 나무 한 그루로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또 숲을 이루지 못한다. 숲이 우방이다. 이제 트럼프는 고수(高手)가 아니라 고수(孤樹)다. 만약 트럼프가 당장에 이대로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국에서 못 구하는 광물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전후 복구로 미국에 막대한 돈을 벌어주면 인기 짱이고 노벨 평화상도 욕심 낼만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눈물은 어찌하나? 아무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은 불의에 맞서고 약한 이웃을 돕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중의 형님이고 좌장이 아닌가? 대통령의 품격이라는 게 있는데 모양 사납다.
자유민주 진영에 대적하는 것이 브릭스(BRICS)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에다 중국, 남아공을 합친 모임이다. 좌장은 중국이다. 인도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브릭스 5개 국가들의 2024년도 인구는 약 33억으로 세계인구의 42%나 된다. GDP(예상치)를 보면 세계 경제에서 36.6%로 세계 교역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달러중심의 기축통화를 부수려고 한다. 중동과 동남아의 일부 나라도 가세하여 ‘브릭스 플러스’로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무얼 믿고 독불장군인지 모르겠다. 영국과 EU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웃사촌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못사는 동생을 핍박(逼迫)하는 놀부 같다.
우리는 중국, 일본과 국경을 두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다. 북한이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우리가 자주국방이 가능한가?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마라.”했다. 미국 없이도 중국을, 북한을 대적하겠는가? 서해 어장과 산업스파이부터 잘 지키면 좋겠다. 기술력이 높아진데다 인건비도 훨씬 낮으니 이제 중국과도 경쟁하기 어렵다. 중국의 자동차와 로봇, 가전제품이 당당히 들어온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남는 게 없는데 북한 때문에 국방비를 줄일 수도 없다. 적자나는 기업에 노조는 더 달라고 파업이다. 통곡하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나? 남북이 합쳐도 이웃나라를 못 따라가는데 남남이 또 갈라져 다툰다. 조갯살을 거저 먹으려하니 긴 부리 새를 물고 놓지 않는 방휼(蚌鷸)이 지금 이 나라 모습이다. 누가 푸틴을 보고 배울까 심히 염려된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