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면 봄은 꽃을 앞세워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지만, 떠나기 아쉬운 겨울은 종종 심술을 부리곤 한다. 영어에서 3월을 뜻하는 ‘March’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오늘은 ‘March’의 기원과 그 속에 담긴 흥미로운 의미를 살펴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달력에 있다. 초기 로마 달력에서는 한 해를 10개월로 나누었으며, 그 중 첫 번째 달이 지금의 3월인 ‘March’였다. 당시에는 3월부터 12월까지만 이름이 있었고, 현재의 1월과 2월은 별도의 이름 없이 긴 겨울 휴식기로 간주되었다.
‘March’의 어원은 고대 로마에서 사용된 라틴어 ‘Martius’로, 이는 로마 신화에서 전쟁과 군대의 수호신인 ‘마르스(Mars)’에서 유래했다. 로마인들은 태양계의 행성에 신들의 이름을 붙였으며, 네 번째 행성인 화성을 ‘Mars’라 명명했다. 밤하늘에 유난히 붉게 빛나는 화성의 색깔은 전쟁에서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연결되었고, 이로 인해 화성은 자연스럽게 ‘전쟁의 신’과 동일시되었다.
그렇다면 왜 전쟁의 신 ‘Mars’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달의 이름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당시 로마에서는 긴 겨울 동안 전쟁이 휴전 상태에 있다가, 3월이 되면 다시 군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재개되는 달에 ‘전쟁의 신’의 이름을 붙인 것은, 전투에서 신의 가호를 받아 승리를 거두려는 로마인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어에서 화요일은 ‘Martedi’라고 하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Mars의 날(the day of Mars)’을 의미한다. 프랑스어에서는 ‘Mardi’, 스페인어에서는 ‘Martes’라고 부르며, 모두 화성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우리말에서 화요일이 ‘화성(火星)의 날’이라는 뜻을 가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화성이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행성 표면이 붉은색을 띠는 점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은 확실하다.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March’의 기원이 ‘전쟁의 신’이라는 사실은 의외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