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간의 이기심에 천혜의 울산바다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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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간의 이기심에 천혜의 울산바다 골병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03.11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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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족 증가와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울산 지역의 해안쓰레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북구 당사어촌마을에 버려진 쓰레기.
산업수도 울산은 세계적 유수의 기업들은 물론, 산과 바다를 둘러싸고 보석처럼 빛나는 관광지를 두루 품고 있는 도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을 비롯해 기암절벽과 넓은 모래사장, 몽돌해변 등은 천혜의 해양관광 자원으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울산연안이 해양쓰레기 등 각종 오염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최근들어 캠핑족, 낚시객, 관광객 등이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두드러지면서 해안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어 당국의 보다 강력한 행정력이 요구된다.

10일 찾은 울산 북구 강동해변 일원. 곳곳에 텐트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사용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언제 다녀갔는지 옆으로 종량제 봉투가 놓여있다. 당사어촌마을로 이동하자 마을 곳곳에는 폐어구·어망이 널브러져 있고,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구역에도 버젓이 쓰레기 마대자루가 버려져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비슷한 시간, 울산 동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태풍이나 바람의 영향으로 괭생이모자반 같은 해조류가 일산해수욕장으로 밀려드는데, 이는 식용이 불가능해 해양쓰레기로 분류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캠핑·차박 등을 즐기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캠핑 중 발생한 쓰레기를 집으로 되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머문 곳에 두고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아 이들이 발생시키는 쓰레기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잦은 태풍 등 기후변화 역시 해양쓰레기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2019~2022년 사이 울산을 강타한 강력한 태풍들은 해양쓰레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특히 2019년에는 7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고, 2022년에는 태풍 힌남노가 대량의 해양쓰레기를 해안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낚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도 골치다.

(사)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의 해양쓰레기 실태 조사 결과, 해양쓰레기의 40%가 낚시 쓰레기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쓰레기보다 높은 비율로, 낚싯줄·바늘·스티로폼 찌 등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버려진 낚시 도구로 인해 ‘유령어업’(Ghost Fishing)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신종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전후로 울산 해안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환경공단에 의하면 지난 2023년 울산 동구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532.4t이었다. 2019년(169.9t)에 발생한 해양쓰레기양보다 약 3.1배 증가한 수치다. 울주군 역시 같은기간 861.7t에서 1261.7t으로 증가했다. 북구는 112.3t(2019년)에서 2023년 760t을 기록한 뒤 현재 700~800t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북구는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22년에 1000t이 넘는 해양쓰레기(1050.2t)가 수거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역 해양환경단체 관계자는 “낚시객과 캠핑객의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며, 쓰레기 반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 등에서는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낚시터에 전용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하고 정기적인 청소를 실시해, 이행시 낚시용품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들이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매년 정해진 예산에서 해결하다 보니, 예산을 초과하게 되면 수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문제다.

해양쓰레기 증가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관광, 어업 등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민 의식 개선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이 병행될 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태풍이나 바람 등으로 바다속에 있는 쓰레기가 떠오르는 양이 상당하다. 또 캠핑·차박족 증가 속 관광객이 쓰레기를 버리는 양도 증가했다”며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해양 오염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주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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