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입이 글로벌 경제에 ‘R(Recession·경기 후퇴)의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연일 관세정책 강행 발언을 쏟아내 글로벌 금융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주력 제품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미국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표류하는 한국 경제에 트럼프발 ‘R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정책 강행을 고수하며 일시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 여파로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 모두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4.0%p)을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새 19.04%나 치솟았다.
이에 월가 대형 은행들은 관세 정책 불확실성 속에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추고, 경기 침체 확률을 20%로 올려 잡았다. JP모건 역시 경기 침체 확률을 40%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한국 금융시장도 온종일 요동쳤다. 이날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채권 금리 상승 등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검은 월요일’을 재현했다. 한국 경제는 대미 의존도가 높아 미국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 비중이 32%를 넘어선 울산의 경우 주력인 자동차 수출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올해 우리 경제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 환율, 고용·물가, 소비 및 투자, 부동산 등 대부분의 지표가 ‘경기 침체’ 신호를 내고 있다. 몇몇 해외 투자은행(IB)은 정치적 위기와 미국 관세 정책 등의 여파로 1% 성장률 턱걸이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위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50인 이상 기업의 96.9%는 ‘올해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보다 더 심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경제 위기를 예상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회복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특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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