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면서 우리나라와 군사와 경제면에서 동맹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동맹이라고 봐줄 수 없다는 미국 행정부가 등장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기성체제 타파적 기조 변화는 갓 선진국에 합류한 한국에 큰 어려움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으로 인접 우방국가와 서유럽 각국이 통상과 안보분야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
조만간 그 여파는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도 밀려올 것이다. 한국의 경제와 안보 모두 요동칠 것이다. 여야 남녀노소 모두 합심해 협력과 대처방안 찾기에 진력해야 할 이 위급한 시기에 한국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력을 소모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한민족은 살아가야 하고 대한민국은 생존하기 위해서, 정신 차리고 ‘트럼피즘 2.0’이라는 국제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실체를 파악해야 할 시점이다.
요즈음 국제시사 용어로 ‘트럼프주의’ 또는 ‘트럼피즘(Trumpism)’이 언론에 종종 나타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주요 정책방향’ 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바꾸어 부를 수 있겠다. 트럼피즘은 무엇인가?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피즘을 첫째, 인종적 민족주의에 기반하며 정치적 반대를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규정, 둘째, 선거에 불복해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부정함으로써 민주주의 위협. 셋째,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패자에게 미국우선주의(MAGA)와 인종적 적개심으로 어필해 적대적 정치를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했다. 이러한 트럼피즘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워싱턴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업수도 울산경제와 동아시아 동맹국 한국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트럼프는 2025년 1월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46개 행정조치에 서명함으로써 전임자의 정책방향을 사실상 폐기했다. 트럼프의 두드러져 보이는 첫 번째 대외 행보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혹독한 관세(tariff)정책이다. 지난 20년간 위세를 떨치던 저관세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의 시대가 급격히 저물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미국내 불법이민자와 불법마약을 이유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폭탄을, 중국에는 기존관세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우방국을 향해서도 미국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의 쇠락한 철강 자동차 도시 백인노동자들의 불만을 완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은 조만간 한국의 자동차 도시 울산 경제에도 큰 타격을 가할 것이다. 트럼피즘은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흐르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노조의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두 번째 대외 행보는 세계 안보를 위한 방위비 부담금을 우방에 전가하기다. 이미 한국은 트럼프 1기에 주한 미군 주둔비용 압박과 인상을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선거에서 한국을 부자나라(money machine)라고 부르면서 미군 주둔비용을 현재의 8.6배 인상 즉 1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악스러운 일이나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일이요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트럼피즘은 군사동맹국과 수호가치보다는 거래를 우선시한다.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우선 급한 일은 한국 안보실과 국방부가 미군 소령 출신 44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와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포기 및 북 핵보유국 인정 등 파격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예산을 매년 8%씩 5년간 삭감계획을 지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말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우방국 정상 간의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참전국을 제끼고 러시아와 직접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미국을 무조건 믿고 의존하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