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남구 신정동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원주민 이주 문제를 이유로 사업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A사는 지난 2월25일 남구 신정동 1637-55 일원 4만6040㎡ 부지에 994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 제안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는 제안을 검토 중이며, 내달 중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지는 신정고등학교 맞은편 푸른마을 일원이다. 공업탑과 옥동을 연결하는 문수로와 맞닿아 있다. 학군이 우수하고 학원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2029년 개통 예정인 트램 1호선이 지나가는 등 교통 여건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울산대공원과 가까워 공동주택 사업의 최적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청년·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 시행업체가 감정가에 토지를 매수해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재산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불가피하고, 주변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타 도시의 공급촉진지구 사례를 보면 대부분 도시 외곽지에 조성되는 반면, 신정동은 울산 도심 내 주요 지역이라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민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지정된다.
국토교통부장관이나 시·도지사가 필요성을 판단해 지구로 선정할 수 있다. 울산에서는 남구 야음근린공원과 북구 농소지구 2곳이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돼 있으며, 해당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 중이다. 그러나 농소지구 지정 당시에도 산림 훼손, 원주민·문중 묘지 이전 문제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공급촉진지구는 토지 소유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지구 지정 신청이 가능한데, 신정동 일원은 51%의 동의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행사는 토지보상법에 의한 감정평가가 아닌 개별 합의 방식으로 보상 금액을 정했으며, 2개월 뒤 보상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동의서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또 일부 토지 소유주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동의 절차가 진행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뒤 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주민들의 재산권이 무기한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구 지정 이후에는 해당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면서 매매나 건축 허가가 제한되며, 이로 인해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야음근린공원 역시 몇 년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LH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 지정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신정동 역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 중이며, 내달 중으로 지정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긍정적인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조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면서 “수요분석 방식 적용 배경, 재원조달 관련 구체적인 계획 등 추가 증빙서류 제출을 요청했다. 꼼꼼하게 살펴 주민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