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1)]사실과 의견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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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1)]사실과 의견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5.03.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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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남들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다투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남들과 다투고 싸우는 것에는 많은 까닭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보를 표현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은 일반적으로 겪은 일, 본 일, 명제가 참일 경우,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사실은 다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다.’ ‘ ~가/이 ~있다.’ ‘~었다.’와 같은 서술어(풀이말)로 표현한다. 의견은 사실이 아닌 우리의 모든 생각이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느끼다.’ ‘~생각하다.’처럼 서술어가 형용사(그림씨)로 표현한다. 그리고 ‘~해야 한다’처럼 도덕·윤리·법적인 개념까지도 모두 의견에 속한다.

의사소통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공부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까지 줄곧 하고 있다. 그만큼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것이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는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진리고 참인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사실들도 뒷날 그것이 진리도 사실도 아님이 밝혀지기도 하고 또 끊임없이 수정되곤 한다.

내가 본 것도, 겪은 것도, 들은 것도 나중엔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상계에는 절대적인 사실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견은 모두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의견은 결코 절대적으로 진리나 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남들과 끊임없이 다투는 것도 자신이 말하는 의견은 모두 사실이고(맞다) 남의 의견은 사실이 아니라(틀리다)는 착각 때문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남쪽 사람은 북쪽에 있는 산을 북산이라 하고, 북쪽 사람은 남쪽에 있는 산을 남산이라고 하면서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다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와 입장 바꾸어 생각하고 말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말은 대부분 먼저 사실을 말하고 뒤에 그 사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짜임으로 돼 있다. 따라서 자기가 말하고 글을 쓸 때나 남의 말을 듣고 글을 읽을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의견인지, 또 사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한 판단과 생각과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잘 챙겨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남의 말이나 글을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또 자기도 말과 글을 더 논리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 자기 생각만 옳고 남의 주장은 틀렸다고 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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