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더 악화할 경우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더 추락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국내 정치 혼란과 글로벌 관세전쟁 등 ‘불확실성의 바다’에 빠져 표류하는 한국경제가 경기 부양책을 펴지 않으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한국경제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관세전쟁이 더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한국 경제 성장률도 올해 0.1%p, 내년 0.4%p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상 1.5%,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진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 미국 수출 감소, 교역 둔화에 따른 여타국 수출 감소,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성장과 물가에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2026년 모든 국가에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0.1%p, 0.3%p씩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갈수록 관세전쟁을 노골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한은은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감안해 선제적인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대출 금리를 낮춰 기업과 가계의 소비 및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그러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니 재정 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함을 재차 요청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생산·소비·투자 지표 모두 빨간불이 켜지며 ‘R(Recession·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경제와 민생을 내팽개친 모양새다.
4월이 코앞인데 추경예산 편성 논의는커녕 니탓네탓 공방뿐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위기 앞에서 정쟁을 내려놓고 협력하는 정치권 모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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