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법절차 내지 적정절차(due process)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이지만 그 토대는 헌법이다.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한 나라 형사절차의 문명적 수준을 표시하는 지표다. 형사절차를 준용하는 헌법소송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하다. 모든 공적 처분은 실체적 내용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면 사회적 갈등과 오해가 증폭돼 공적 처분의 신뢰성은 저하되고 법치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야당에 의한 탄핵 남발과 입법권 행사의 폭주가 원인이었다고 하지만, 계엄을 하고 국회에 군인들을 보낼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의문이다. 연일 탄핵 찬반 집회가 거리를 달구고, 주말에는 열기가 더욱 고조된다. 찬반 양론에 대한 여론도 팽팽하다. 언론의 논조도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 같아 헌재 결정 이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우려를 낳고 있다.
탄핵 심판은 정치적 사법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법적 판단이다. 계엄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인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가 쟁점이다. 당초 탄핵 소추 사유인 내란죄를 철회하고도 국회의 재의결 없이 탄핵 소추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 핵심은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조치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 대통령직에서 파면함이 상당한지 여부다.
최근 내란죄로 기소된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됨으로써 형사 재판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심 법원은 구속 취소 결정을 하면서 공수처와 검찰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을 문언대로 ‘날’을 단위로 하지 않고 ‘시간’ 단위로 엄격하게 해석했다.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의 원칙 등에 비추어 그 해석이 타당하다고 봤다. 결국 법원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제기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구속 취소에 대해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헌재가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했던 사례를 참작한 듯하다. 구속 취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는 최고법원의 유권적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대검은 일선 검찰에 앞으로 구속사건의 경우 종전대로 날짜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구속 취소 사유를 보면, 구속기간의 잘못된 산정 외에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으며, 검찰과 공수처가 법적 근거 없이 구속기간을 협의해 나누어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이므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처음부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에는 논란이 있었다.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면서 관련 사건으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하지만, 재직중 내란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가 불가능함에도 소추가 불가능한 작은 죄로 수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큰 죄인 내란죄를 인지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내란죄에 대한 구속 취소가 탄핵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파면 여부에 관한 탄핵 심판에 있어서도 실체에 못지 않게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하다. 탄핵 심판은 계엄 선포로써 국헌 문란의 행위를 한 것인지로 귀착된다. 계엄 선포와 그 조치 결과의 위헌성이 중대해 주권자가 대통령에게 주었던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는지를 헌재는 절차적 문제점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박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