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위기에 처한 울산 석유화학 업계가 급기야 신용등급 하향 위험에 직면했다. 실적 악화로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하고, 이로 인해 신용 위험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돼 이미 악화된 재무 상황이 더욱 빠르게 악화할 위험이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SKC, SK지오센트릭 등 주요 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거나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수요 회복의 지연으로 인해 화학기업들의 영업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된 결과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날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비우호적인 수급 구조가 지속되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하고, 이로 인해 신용 위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석유화학 회사의 합산 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연간 수요 전망치를 상회하는 에틸렌 증설이 예정돼 있어 저조한 수급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애쓰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유화학업종 역시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석유화학 수출품은 중간재로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핵심 수요처인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의 수출 경기가 위축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 환경 역시 크게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최근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을 산업부에 건의한 바 있다.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금융 및 세제 혜택, 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 등을 지원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정은 굼뜨기만 하다. 이에 산업 현장의 위기감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조속히 울산석유화학 단지를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해 지역 산업의 붕괴를 막고 재도약을 도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선’에 이어 ‘석유화학’ 산업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는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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