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서 공단 생활을 시작한 지 30여 년, 다시 울산지역본부 기관장으로 부임한 첫날. 가슴이 벅차오르는 의욕과 설렘을 안고 출근했지만,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안타깝게도 관내 사업장의 사망사고였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지난달까지 벌써 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사고들이 모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점이다.
울산은 화학,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현장이 밀집한 도시로, 오랜 시간 ‘산업수도’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의 원천’이라는 자부심 뒤에 숨어 있는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문득 과거 방학 동안 대기업 협력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신입 직원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제법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일도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에 입사해서 현장을 방문해 보니 그때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사고 없이 일했던 것이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산업현장의 안전 환경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기계에는 방호 장치가 부착되고,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작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안전설비가 작업 능률을 저해한다는 인식, 안전수칙 준수를 귀찮아하는 태도,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한 안일한 생각들이 상존하고 있다. 심지어 ‘늘 하던 방식대로 일해도 큰 사고는 없었다’는 이유로 위험성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과거에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익숙함과 편리함 속에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행운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터의 안전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현장의 작업 여건에 맞춰 구축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사업장의 설비가 안전한지, 설치된 방호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화학물질의 누출 위험이 없는지를 철저히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근로자 역시 작업 전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며,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제 한파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기 쉬운 이 시기가 더욱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 울산노동지청과 안전보건공단은 울산지역의 사고 사망률을 ‘제로(Zero)’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2월20일부터 3월31일까지 40일간 ‘Zero-40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고위험 사업장을 집중 점검하고, 동종 업종에 재해 사례를 전파하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긴급 간담회 및 교육을 전사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울산 지역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재해예방 활동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우리 현장은 안전하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현장의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안전 수칙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울산은 단순한 ‘산업수도’를 넘어 모든 근로자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희망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용하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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