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자리가 문화예술 전문인이 아닌 퇴직 공무원의 자리 보전용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합니다.”
지난 21일 울산문화관광재단의 신임 대표이사에 오경탁 전 울산시 도시국장이 취임한 것을 놓고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자조 섞인 불만과 함께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임 대표이사는 시 건설도로관리과장과 하수관리과장, 회계과장, 도시국장 등을 지내며 35년간 줄곧 건설 및 도시 분야에만 몸을 담아온,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같은 공무원 출신의 최병권 전 대표이사의 경우 시 문화체육국장을 역임하며 문화와 관광 분야에 대한 행정경험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오 신임 대표이사는 이 분야의 행정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 취임사에서 그는 “도시계획 및 공간개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울산만의 문화와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확산시키겠다”고 했는데, 도시계획 및 공간개발과 문화·관광 분야는 접점을 찾기가 어렵고, 논리적으로도 어폐가 있다.
물론 문화·관광 분야에 행정 경험이 없더라도 관련 분야 전문가 인재 중용 등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울산문화관광재단을 이끌고 발전시켜 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울산문화관광재단의 전체적인 조직 구성을 보면 혁신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 문화예술계 중론이다. 타지역 문화재단 대표이사들의 이력과 비교하면 울산은 이러한 비판에서 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달 19일 취임한 서울 동대문문화재단의 김홍남 대표이사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경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문화사업, 경영관리, 축제 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문화예술 분야 전문 행정가다. 또 지난해 2월 취임한 김영덕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등을 지냈고, 작년 5월 취임한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광주시 문화수도정책관, 문화관광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올해 초 취임한 부산문화재단과 영화의전당 대표이사도 문화정책을 연구한 전문가, 영화배우 출신에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발탁했다.
문제는 울산은 문화관광재단뿐 아니라 지자체 산하 문화예술기관의 기관장 대부분이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울산시립미술관과 울주문화예술회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문예기관의 기관장들은 공무원이나 언론인 출신이다. 특히 북구문화예술회관의 경우 관장뿐 아니라 전문 무대감독 없이 팀장이 무대감독을 겸직하는 등 운영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행정사무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민선 8기 김두겸 시정부는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세계적 공연장 건립 등을 통해 문화도시, 나아가 ‘꿈의도시 울산’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문예기관장 인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