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3일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12월1일.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 연안에 있는 인구 1400만명의 기니공화국(Guinea)에선 희한하고도 안타까운 대참사가 일어났다. 축구 경기 중 압사 사고로 최소 60여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 다친 것. 2021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마마디 둠부야(44) 군정 수장을 기념하기 위한 축구대회의 결승전에서다. 심판이 홈팀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분노한 원정팀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며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 다시 말하자면 심판의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분노한 관중들이 불복 폭력에 의한 대형 참사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코앞에 두고 대규모 불복 폭력 사태를 우려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현실과 후진국 기니에서 벌어진 폭력에 의한 대참사의 상황은 다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탄핵정국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궤도를 이탈한 정치권의 저급한 선동정치에 의한 사회적 불안의 신음은 예사롭지 않다. 총체적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내전과도 같은 불안정 회로는 멈출 기미조차 안 보인다. 더욱이 여의도 정치권의 행태는 논평하기조차 부끄러울 만큼 감정 조절장애 수준으로 전락한 것 같다. 서로 죽고 살기식의 살벌하기까지 하다. 거대 야권에 의한 탄핵이 30번째를 기록한다.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협박 정치도 난무한다. 여야의 자의적 입맛대로 기각·인용·각하 등 선동성 주장과 독설을 퍼붓는 바람에, 시중의 유언비어는 확대 재생산 되면서 극에 달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제각기 치밀하게 계산된 자기 정치와 차기 권력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한쪽은 조기 대선을 통한 권력욕에, 다른 한쪽은 유력 대선주자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타임 스케줄과 직간접 연관성이 있다. 여기다 연일 아스팔트 장외전에 정치적 목숨을 걸다시피 한 선동성 정치인들의 속내도 엿보인다. 혹여라도 성공하게 될지도 모르는 차기 집권부에 기대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걸까. ‘친권부’의 완장을 차고 또다시 기생하려는 천박한 몸부림으로도 비친다.
그렇다면 금주 중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판결 직후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모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는 선택 아닌 필수다. 특히 국론분열과 혼란의 중심인 윤 대통령부터 공식 사과와 함께 대국민 승복 선언이 급선무다. 범야권 일극 체제 유력 잠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승복하는 게 장수다운 행동이다. 아스팔트 목사의 선동에 맹종하는 집단들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의 진정한 마음가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어떠한 결론이 나오게 될지라도 최소한의 품격을 담보하는 정직한 논평이 아닌 궤변은 언어적·정서적 폭력이다. 심판관들을 겨냥한 도를 넘는 인신공격과 좌·우파 색깔론까지 뒤집어씌우려는 불복 선동자들은 어떠한 궤변과 명분을 내세운들 ‘공공의 적’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헌재 판결에 불복을 넘어 집단적 폭력 및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 기니의 축구장 대참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안타까움의 차원을 넘어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국내경제는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밤낮 허덕이는 1000만 중소상인들의 위기감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추락하는 국가의 대외신인도 역시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안간힘을 쏟아부은들 상당 기간 회복 불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한미동맹의 한 축인 트럼프 행정부로선 한반도에 대한 신뢰의 축이 흔들리게 될 명분이 될 수도 있다. 공격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통해 관세의 불이익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헌재의 선고에 불복 선동 정치인들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패악질까지 하게 되는 ‘괴멸의 선동정치인’으로 각인될 것이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