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이야기·설화, ‘스토리두잉’ 기법으로 더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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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이야기·설화, ‘스토리두잉’ 기법으로 더 확장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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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브랜드와 상품에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인데,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시키고 브랜드와 제품의 특징을 상기시키는 방법이다. 브랜드에 숨겨진 스토리를 전달해서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면, ‘스토리두잉(storydoing)’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스토리로 만들고 기업 활동을 통해 두잉,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즉 ‘스토리두잉’은 기업이 이야기 소재를 제공하고, 이야기는 소비자가 전달하게 하는 것, 더 나아가 소비자가 스토리를 직접 행하거나 실천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소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친구가 산 브랜드와 물건을 믿는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가 공감하며 공유하고 싶어 할 만한 스토리의 소재를 만들고, 이를 바로 옆의 소비자에게 이야기하는 역할을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

이와 같은 마케팅 전략이 문화관광 분야에 도입된 사례를 살펴보면 관광지 현장에서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 활동하는 문화관광해설사, 박물관의 도슨트(작품 해설사) 등을 들 수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울산시 소속으로 활동하는 태화강 국가정원의 정원해설사, 철새여행버스에 동승하여 활동하는 자연환경해설사가 대표적이며, 구·군에서는 지역의 특색에 맞춰 큰애기해설사, 강동사랑길해설사, 프랜드가이드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울산에서도 스토리텔링이 관광에 적용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울산에서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으로 이어진 사례를 찾게 되면 ‘울산큰애기’라고 생각된다. 울산큰애기는 울산 중구의 도시재생사업에 등장하여 중구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첫걸음을 뗐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캐릭터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바 있다. 현재는 울산 중구의 마스코트이자 문화관광과 소속 주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구는 이 캐릭터를 활용해 학교 앞 건널목 등에 조형물을 설치해 친근감을 더하고,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영희의 역할과 같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지키며 방문객들의 포토 스팟(사진 명소)이 되고 있다.

울산큰애기와 같은 지역의 설화 또는 이야기에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을 접목한다면 울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관광지로서의 추억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이야기를 행동에 옮겨 실현하는’ 특별한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 울산 남구의 경우 삼호동주민센터 앞의 ‘삼호동’ 유래 조형물, 별빛공원의 ‘무거동’ 유래 조형물, 헐수정공원의 ‘헐수정’ 조형물이 조성돼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과 관련된 설화를 전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들 조형물에 대한 정보를 남구문화관광 홈페이지 등을 봐도 자세히 확인할 수 없고, 스토리두잉의 대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국유사> 처용설화에 따르면 역신이 자신의 악행에도 노여워하지 않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처용에 감동하여 “향후 당신의 모양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 안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에서 유래하여 ‘처용의 모습을 그린 부적을 문 앞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는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이런 내용을 처용암의 안내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처용을 의인화한 조형물만 자리하고 있어서 애써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북구와 동구의 경계선에 ‘삼포개항지’라는 비석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유래에 대해 알고 있는 울산 시민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울산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설화를 더욱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울산은 7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발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시민으로서 울산의 염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한 가지 바람은 이미 스토리텔링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이를 스토리두잉으로 활용해 지속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방문객을 유인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울러 울산의 이야기와 설화가 바탕이 되는 ‘스토리두잉 콘텐츠 창출’에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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