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210억 달러, 한화 약 3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을 현지화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장벽을 피하면서 대미 통상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는 4월2일 예정대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시, 대미 수출액의 64%를 점유하는 울산 자동차산업이 받는 타격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보면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 체계 확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용 전기로 신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협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달러를 투자한다. 이에 향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1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이번 투자로 울산 자동차 산업은 관세폭탄의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울산의 대미 완성차 수출액은 150억달러로, 대미 수출액 중 64%를 점유했다. IBK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25%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울산의 완성차 수출은 28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자동차가 주력인 울산 경제에는 ‘양날의 검’과 같다.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 현지화 전략은 장기적으로 지역 자동차 산업 기반 약화로 지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물량 및 일자리 감소라는 장기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인 울산 전기차(EV) 공장과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립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울산을 전동화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현대차의 성장이 곧 울산의 성장이었던 과거의 공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울산시는 자동차 부품 산업 전환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 현대차의 미국 투자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현대차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해 지속 가능한 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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