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바람으로 활기찬 3월과 꽃향기 가득한 4월이 지나면 사랑과 감사의 5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 쉽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떠올리다 보니, ‘우리 가족’과 ‘우리 학교’가 참 많이 닮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사랑과 때때로 들리는 잔소리, 형제자매와 친구들과 함께하는 행복과 마음속 경쟁, 그리고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는 공동체 생활까지, 닮은 모습이 참 많다. 가까운 관계이기에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상처가 발생하는 복잡한 관계이기도 하다.
최근 루비 페인의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읽으며, 교육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개인이 처한 경제적 계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을 탐구한다. 특히 교육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페인은 가정과 학교에서 한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적 계층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자원을 제시한다. 재정적 자원, 정서적 자원, 지적 자원, 신체적 자원, 관계·역할 모델, 불문율 지식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정과 학교가 공동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서적 자원과 관계·역할 모델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따뜻한 정서적 지원과 공감, 그리고 그들의 역할 모델을 통해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공감을 받으며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페인은 개인의 성장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계층 이동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교육의 요소를 설명한다. 계층 간 차이는 단순한 경제적 차이에 국한되지 않으며, 가치관, 언어, 관계 맺는 방식, 문제 해결 능력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따라서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적 이동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특정한 기술과 태도를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며, 학교가 바로 이러한 요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가정에서 여러 갈등과 상처가 있더라도 가족 간의 사랑으로 개인이 성장하고 행복을 얻듯이, 학교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생들은 함께 생활하며 성장해 나간다. 교사들의 정서적 지원과 관계·역할 모델이 학생들에게 삶을 개척할 힘을 주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제시하는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교육이 단순한 학습의 장을 넘어, 학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진정한 희망의 사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김건희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