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치주과학회(이하 치주과학회)는 매년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지정하여 대국민 홍보활동을 해왔다. 치주질환의 예방 및 관리가 단순히 구강건강을 넘어, 전신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함을 알리고 잇몸건강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월 24일은 ‘3(3)개월에 한 번 잇몸(2)을 사(4)랑하자’라는 의미다. ‘잇몸의 날’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당뇨병, 동맥경화, 폐질환, 치매 등 의과적 질환이 치주질환과 큰 연관성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전신건강을 위해 적극적인 구강건강 관리가 필요함을 널리 알리는 것이 잇몸의 날을 지정하고 기념하는 가장 큰 의미이다.
치주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연령에 따라 치주질환의 양상과 심각성이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손 동작이 힘들어지며 구강 위생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치아와 잇몸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세균이 축적되어 치주질환을 더 자주 유발한다.
나이가 들면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구강 내 세균 감염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고, 치주염이 더 심해지게 된다. 고령일수록 침 분비가 줄어들어 구강 내 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침은 구강 내 세균을 씻어내고, pH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므로, 침 분비가 줄어들면 치주질환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치아와 잇몸의 구조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약해질 수 있다. 잇몸이 퇴축되어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고, 뼈의 밀도가 감소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치주염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치주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높을 경우 구강 내 세균의 성장이 촉진되어 치주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약물은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거나, 잇몸 출혈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질 수 있다. 장기간의 약물복용으로 잇몸의 이상증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약물들이 치주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맞아 ‘구강노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화(aging)는 신체와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정상적 과정이며, 노쇠(frailty)는 노화 속도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비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말한다. 여기에 구강노쇠(구강기능저하)는 ‘구강악안면 기능 저하로 인한 생리적 기능 감소’를 말한다. 씹을 수 없는 음식 수가 증가하고, 식사 중 목멤이나 흘림, 어눌한 발음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구강 노쇠로 잘 씹고 삼킬 수 없다면 영양 저하 또는 영양 불량이 나타나기 쉽고, 이는 근감소증을 유발하며, 노쇠를 거쳐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위험이 증가한다. 구강노쇠는 전신노쇠 발생과 악화에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치주질환으로 다수의 치아를 상실할 경우, 저작과 소화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이에 따른 영양 악화는 전신노쇠를 가속화해 장애가 발생하거나 각종 질병에 대한 이환율, 장기요양률 및 사망률 등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러한 구강노쇠 예방에 있어 치아상실 방지는 매우 중요하다. 치주질환은 성인의 치아상실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구강질환이다.
따라서 치주질환의 적절한 치료 및 관리로 구강위생을 향상시키고, 치아상실률을 줄이는 것은 구강노쇠의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며, 건강한 노화와 노쇠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50세 이하 국민의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가운데 노인세대의 건강 유지·관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칫솔질을 통한 구강위생 관리와 정기적 잇몸 검진 및 관리를 통해 나이가 들어도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여 잘 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힘들이지 않고 구강건강을 통한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324(잇몸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해 보자.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