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이런 위험한 생각,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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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이런 위험한 생각, 봄이니까요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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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훈화 서양화가

누군가 급히 봄을 풀어 놓고 간 모양이다. 누가 볼세라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부분적으로만 피어있는 벚꽃인데도 푸르른 달빛 아래 눈부시다. 봄을 맞이하듯 손을 뻗어 본다. 내 것이 아닌데도 꼭 내 것만 같다. 수줍은 꽃망울 달린 한 가지 꺾어 화병에 꽂아두고, 나만 이 봄을 만끽하고 싶다. 몽롱하고도 아름다운 봄 밤, 거리에 사람은 없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아닌가. 자. 이제 행동만 남아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도덕을 지킬 것인가?

최근에 읽은 마이클 핀클의 <예술 도둑>은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95년부터 약 8년 동안 유럽 전역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200여점 총 2조7000억원의 예술품을 훔친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이다. 놀라운 것은 오랫동안 어느 누구도 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가 우연히 잡히기 전까지.

나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행동에 변론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브라이트비저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었다. 예술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탐욕이 아니라 아름다워서 예술품을 자신의 가까이 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도서관에 가서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연구했다. ‘기계가 점령하기 직전’인 17~18세기까지의 유럽 예술품을 그는 사랑했다. 특히 진정으로 예술을 아는 자만이 느낀다는 스탕달 신드롬까지 경험한 그였다. 아름다움 앞에서 한치의 두려움이 있을 수 없었다. ‘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힐 뿐.’ 훔쳐 온 예술품은 한 점도 팔지 않고, 그의 수집품이 되었다. 수집이란 본래 인간의 수렵과 채집활동과도 같다고 하던데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 아닌가?. 그는 본능에 충실했다 ‘단지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은’.

지금까지의 나의 변론이 합리적인가? 과연 미학이 윤리보다 우선하는가?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하는가?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본성을 제약하는 사회의 질서하에 있기 때문이다. 법과 윤리를 위배하는 행동의 결과에는 반드시 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브라이트비저는 어떤 형량을 받았을까? 당신은 그에게 어느 정도의 형량을 내리겠는가?

<예술 도둑>은 한순간도 책을 놓지 못할 만큼 재미있다. 소설은 어느 순간 주인공에게 공감을 가지게 할 만큼 위험하고 유혹적이다. 작가 마이클 핀저는 미학과 윤리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책은 마무리까지 착실하다.

“그런데 봄꽃 한 가지 정도는 용서해야 하지 않나요? 봄이니까요.”

장훈화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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