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날씨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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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날씨 충격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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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매주 극한 ‘날씨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영하 40℃에 달하는 상층 북극발 한기가 한반도를 들이닥치며 전국에 폭설과 꽃샘추위를 불어넣더니, 이제는 고온 건조한 공기에 강풍까지 만들며 영남권에 발생한 대형산불이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를 않고 있다.

지난 20일 경남 양산, 밀양, 창녕과 울산에서 시작된 건조주의보는 강원동해안과 강원남부내륙, 산지, 충북(청주, 영동, 제천, 단양), 광주, 전라동부, 경상권(부산, 남해안 제외)으로 확대된 가운데, 1만5000㏊가 넘게 불에 타버린 경북 의성을 비롯한 경북 지역으로는 건조경보로 강화가 된 상황이다.

불이 잘 나고, 빠르게 확산하는 데 기여하는 기상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건조한 날씨와 바람이다. 봄은 기후 특성상 봄철 3개월 통틀어 내리는 비가 연중 강수량의 18%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습도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목재와 같이 잘 탈 수 있는 물질의 건조도도 낮아져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더 명심해야 할 것은 건조한 공기는 산소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에 불이 붙었다 하면 짙은 농도의 산소가 공급돼 연소속도를 증가시켜 작은 불씨에도 대형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바람의 계절, 봄이 한몫 한다. 기후특성상 3~4일 간격으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는 데다가, 아직 상층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있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 태양열을 많이 받아 금방 데워진 지면으로는 따뜻한 공기가 위치하면서 상하간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대류현상까지 강해져 수직·수평적으로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산에서 부는 바람은 지형적인 영향까지 더해져서 평지 바람보다 약 초속 5m 정도 더 강해 피해 면적을 확산시키는 주범이 된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 건조, 가뭄, 산불 산불이 빈번해지는가 하면, 폭우, 홍수, 폭설, 한파 등 극한의 날씨로 기후재앙은 급증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455건으로 연평균 발생 건수는 546건 정도이다. 이 중 봄철(3~5월)이 303건으로 56%를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산불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날씨 예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재난관리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 확보 등 산불 예방 시스템 자체의 고도화와 진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다가올 날씨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27일은 전국으로 5~20㎜ 가량의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건조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비가 그친 뒤 바람은 더 강해지고, 향후 열흘간 뚜렷한 비 소식이 보이지 않아 단비로 일부 해소된 건조특보는 다시 확대 강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더 이상 추가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봄철 내내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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