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5)]청년 비정규직 증가와 문과생 전문직 선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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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25)]청년 비정규직 증가와 문과생 전문직 선호 현상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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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2025년 상반기 청년 취업시장은 기술의 진보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직면한 고용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 중심 직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문과 계열 졸업생들은 취업시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동시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동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기 힘든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청년층 비정규직 근로자 중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세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대기업 일자리가 중소기업 일자리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중소기업 일자리는 253만개 증가한 반면, 대기업 일자리는 29만개 증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기회가 줄어들었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직종에 청년들이 집중되며, 이는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대기업 비중이 해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2021년 기준 13.9%다. OECD 32국 중 최하위로 전체 평균(3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57.6%), 프랑스(47.2%), 영국(46.4%) 등의 순이었다.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이 많은 독일도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41.1%에 이른다. 더구나 일본(40.9%)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도 우리나라의 3배에 가까웠다. 즉, 한국의 대기업 비중이 고용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적으며, 특히 청년층에서 대기업 일자리의 경쟁률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로 몰리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봤을 때, 대기업 중심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한편 산업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청년들의 고용 환경은 새로운 가능성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직종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고용정보원은 디지털 관련 직종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 중심 직종이 디지털 직종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공계 중심의 직무로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문과 계열 졸업생들에게 더 큰 취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문과 계열의 고용 성장률은 1~2%로, 이공계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취업이 가능했던 문과생들이 이제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전문직 시험 준비로 몰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최근 전문직 시험 준비는 문과생들이 안정적인 직업 경로를 찾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직은 높은 연봉과 명확한 경력을 제공하며, 문과생들이 선호하는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따르면 신입 회계사의 평균 초봉은 약 5000만원으로, 일반 문과생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직 시험 준비는 평균 3년의 긴 기간을 요구하며,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이는 문과생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취업시장에서 불확실성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문과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일어나고 있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문과 전공자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SSAFY 프로그램의 20%가 문과 전공자였다는 사실은, 문과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와 LG의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 또한 문과생들에게 실무와 관련된 교육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라쿠텐과 스웨덴의 IT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라쿠텐은 문과와 이공계를 불문한 포용적인 채용 정책을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매년 대규모로 채용하며, 일본의 고용문화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들이 디지털 기술 교육을 통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와 같은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코딩 부트캠프를 열어, 그들의 창의적 사고와 기술 능력을 결합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 문제는 단순히 직업의 종류와 형태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맞춰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정부와 기업은 문과생들이 디지털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며, 청년들이 다양한 직무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문과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역량을 자산화하고, 새로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고용 시장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늘리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과 지원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어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기업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청년 고용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창업기업과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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