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법 개정안 거부권, 주주 가치·기업 안정 제고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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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법 개정안 거부권, 주주 가치·기업 안정 제고 계기돼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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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반기업적’ 정서를 담아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됐다. 그간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 아래 기업사냥꾼의 공격 표적이 되고, 경영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재계의 우려를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정치권 혼란과 미국의 관세전쟁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결정이라 판단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재의요구권 결정의 배경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꼽았다.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과 경재계는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 왔다. 특히 경제계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입법 목적 달성은커녕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과 ‘먹튀’를 조장하고, 신산업 투자 저해 등으로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개악’이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브리핑에서 일반주주 보호에 역행하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재의요구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로는 일반주주 이익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돼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 거부권 결정은 경제계에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경영 문화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계는 실질적인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의 균형을 맞추면서, 혁신과 투자를 통해 경제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옥죌 것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에 조종(弔鐘)을 강요할 게 아니라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희망의 종을 울리도록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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