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어느 쪽이고?”, 살면서 많이 들은 말이고,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듣는 말이다. 언젠가 옳은 것을 보고 옳다고 했다. 지인 A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네가 이쪽인 줄 알았는데 저쪽이네” 지인 B가 내게 반갑게 말했다. “나는 네가 저쪽인 줄 알았는데 이쪽이네” 얼마 후 나는 그른 것을 보고 그르다고 했다. 지인 A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네가 저쪽인 줄 알았는데 이쪽이네”. 지인 B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네가 이쪽인 줄 알았는데 저쪽이네”
나는 옳은 것을 옳다고 했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했다. 그런데 지인들은 내게 이쪽인 줄 알았는데 저쪽이라고 했고, 저쪽인 줄 알았는데 이쪽이라고 했다. 그들은 옳고 그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내 쪽인가 내 쪽이 아닌가에만 관심이 있다. 어차피 내 쪽은 옳든 그르든 모두 옳고 저쪽은 옳든 그르든 모두 그르다고 생각하니 그들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옳은지 그른지 제대로 판단하고 싶어 하지 않고 판단할 필요도 없는 사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으니, 옳은 것은 줄고 그른 것은 늘어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 판단력이다. 판단력은 사람이 합리적이고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기제이며, 인생을 원활하게 살게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상실된 사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이쪽과 저쪽에 따른 진영 논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법률가들은 법률을 왜곡하고 심지어 대학의 교수들도 이익을 좇아 왜곡한 논리를 펼친다. 하긴 세상을 사랑으로 감싸야 할 종교인들조차 상대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험한 말들을 쏟아내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지고 혼란은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저 어느 쪽인가를 따지면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이미 알게 되니 말이다. 정의는 본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뜻한다. 그런데 정의마저도 진영 논리에 갇혀서 정의롭지 않은 것을 정의롭다고 포장하는 나쁜 도구에 불과하니, 그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눈에 걱정만 든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