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기공원 주차타워 논란으로 본 ‘유보통합’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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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기공원 주차타워 논란으로 본 ‘유보통합’ 혼선
  • 경상일보
  • 승인 202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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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태화동 신기공원 주차타워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단순히 지역 공영주차장 건립을 넘어, 유보통합 정책의 문제로까지 불똥이 튄다. 중구청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건강과 안전, 교육환경 침해 우려로 반발을 사고 있고, 이 민원이 울산시교육청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책 혼선을 낳고 있다.

신기공원은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 중구청은 태화강 국가정원 관광 수요 증가로 인한 주차난 해소를 이유로 공원 부지에 주차타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다수의 보육시설과 인접한 지역 특성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특히 소음과 매연, 보행 안전 등의 우려가 제기되며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교육청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교육청이 해당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정부 방침에 따라 울산형 유보통합 정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린이집에 대한 감독 권한은 교육청에 이관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 행정 공백은 교육청의 민원 대응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중구청이 시작한 사업의 부담을 교육청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유보통합은 교육계의 오랜 숙제로, 윤석열 정부도 핵심 교육정책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복지부 소관이던 보육 사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며 부처 간 통합은 이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당초 2026년 출범을 목표로 했던 통합기관도 기준안 발표가 보류되며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통합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기공원 주차타워 논란은 유보통합이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자체는 자체 판단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보육기관의 불편은 교육청이 감당해야 하는 지금의 구조는, 유보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과 복지가 여전히 분리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관할과 책임, 예산과 권한이 분산된 상태에서 정책만 통합됐다고 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할 리 없다.

중구는 주차타워 건립과 관련한 주민 설명회를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과 타당성 검토는 사업 추진의 전제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 절차조차 선거 일정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현실은 지방행정의 신뢰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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