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안전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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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환경안전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 Ⅱ
  • 이형중
  • 승인 202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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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옥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환경)
기업의 최우선 가치인 효율적 이윤추구를 이해하지만, 환경과 안전보다 우선시 되는 이윤추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환경·안전과 관련된 투자를 줄이고 계획된 환경·안전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들은 결과적으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필수적인 안전을 위한 설비의 유지 및 관리 주기가 길어지고 있고 현장의 안전과 환경을 위한 인력을 줄이고 채용계획을 변경하거나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등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

환경·안전 예산 절감과 관리 사각지대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와 재난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키운다. 특히, 울산의 특이한 산업생태계 구조 내에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중소 규모 사업장 및 전문업체들 역시 이러한 변화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경안전 관리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이런 악순환 중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규모와 파급력은 도미노 효과처럼 나타날 것이다.

기업의 환경, 보건, 안전업무(Environment, Health, Safety, EHS) 운영에 있어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경영자의 의지다. 울산의 기업 경영자들이 지금의 경제위기 속에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환경·안전 비용 절감이나 인력 재조정보다는 생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현명한 해결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

예를들어 단순히 수치적인 예산 절감을 위해 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기업 내에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단순 위탁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거나, 생산과정 중 발생하는 스팀이나 오수 등을 처리해 타기업에 재판매하거나 공정 내 재활용함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 등 진정한 ESG 경영에 대한 고민과 접근을 시도했으면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현장에 적용시키고 이윤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고,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생존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환경안전관련 세미나에서 강의를 할 때 비유로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다. 이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사소함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이론으로, 사소한 시작이 더욱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으로, 자동차 두 대를 공터에 세워두는데 자동차 한 대는 멀쩡한 상태로 세워두고, 다른 한대는 유리창이 깨진 채 일정기간 방치해 두었다. 실험기간이 지난 후 확인하였을때, 두 대의 자동차 상태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처음 유리창 하나만 깨진 상태보다 훨씬 엉망인 상태였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의 심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미 망가졌으니 어쩔수없지. 나하나쯤이야’하는 심리가 또 다른 창문을 깨트리고, 쓰레기를 버렸을 것이고, 처음보다 더욱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것이다.

산업 위기라는 이유로 환경·안전을 후순위로 미루게되는 그 한번의 시작이,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처럼 무너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도 대부분의 기업이 환경·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와 소극적 투자를 생각했을 때, 깨진 유리창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의 방향과 국내 경기 침체속에서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에 있어 조금 더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 위축으로 울산의 사고 발생이 증가했다는 소식보다, 산업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철저한 투자와 관리를 통해 울산 지역의 안전체감지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를 희망한다. 또한 지금의 울산산업의 위기도 빨리 극복되어서 호황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혜옥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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