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AI 펭톡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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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AI 펭톡을 아시나요?
  • 경상일보
  • 승인 202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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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정 청솔초 교사

지난 4월, 울산광역시 교육청에서는 2025학년도 초등 영어교육 내실화 지원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했다. 이날 EBS 디지털인재교육부에서 EBS AI펭톡 및 EBSe 콘텐츠 활용 강연이 있었다. AI펭톡 어플은 아주 귀엽고 짜임새 있어 보였다. 딱 한눈에 보아도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아이템들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연수를 듣는 동안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이 영상 매체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어, 읽고, 쓰고, 깊이 있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나까지 AI펭톡 어플를 소개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고 수업에 활용도도 높아 각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우수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 회원 가입부터 해봤다. 분명히 영어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장점도 있을 것이다. 3학년 친구들에게 아주 도움이 된다는 스캔잇 메뉴는 사물을 찍으면 찍는 대로 그 사물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말해준다고 해서 귀가 솔깃했다. AI펭톡에 가입하자마자 바로 스캔잇 메뉴로 직행했다.

‘아뿔싸!’ 스캔잇 도감에 있는 사물만 수집이 가능했고, 찍는 사물마다 영어로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꽃 검색, 음악 검색 기능처럼 꽃을 찍거나 음악을 듣고 꽃 이름과 노래의 제목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영어 단어 익히기에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 태블릿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영어 단어 수집하러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그래도, 일단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 3·4학년 10개 반 모두에게 소개해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 편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습할 주제를 쏙쏙 뽑아 AI펭톡에서 대화도 할 수 있고, 스피드 있게 단어 완성하기, 심지어 보상으로 참치 통조림을 모아 배경과 펭수 꾸미기를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꿀잼이었다. 통조림을 한두 개 모아서는 안되고 꾸준히 해야 꾸미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어 공부를 지루하게 하지 않고 또, 공부해야 재미가 따라왔다. 녹음 기능으로 자신의 발음을 원어민의 발음과 비교해 볼 수도 있었다. 매일 같이 오늘의 영어 단어 알림도 왔다. 지나간 ‘오늘의 영어 단어’가 일일 영어 단어 달력에 차곡차곡 모아져 있어 복습을 할 수 있었다. 이제 AI펭톡 반별 대항을 붙였다. 3학년 1반과 4학년 1반이 한 팀이 됐다. 3·4학년이 한 팀이 돼 각 반별 참치 통조림 기록 깨기에 돌입했다. 매월 말에 참치 통조림 개수를 선생님에게 보여달라고 했다. 조용하던 반도 활발한 반도 모두가 반해버린 AI펭톡이 돼버렸다. 청솔 어린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영어 학습 효과를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소개만 해주었을 뿐인데 교실에서, 복도에서, 급식소에서, 집에서 “펭톡” “펭톡” 열기가 식질 않고 있다.

안현정 청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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