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대지…속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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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대지…속타는 농심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7.11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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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울산 울주군의 한 밭에서 토마토 작물들이 고온·가뭄 등으로 시들어가고 있다.
“상추도 흐물흐물 늘어지고 고추는 햇볕에 타서 새까매졌어요. 물을 줘도 다 타버리니 걱정입니다.”

장마가 한창일 시기지만, 올해 7월 울산에 비가 단 한차례도 내리지 않으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울주군에서 밭농사를 짓는 오상화(55)씨는 매일 새벽 수로에서 물을 끌어 텃밭에 붓고 있지만, 작물들은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특히 상추와 고추 등은 물을 줘도 뙤약볕 아래 금세 타버리거나 축 늘어진 채 말라버리기 일쑤다.

오씨는 “오이 같은 작물은 물을 많이 줘야 하는데, 날이 뜨거워 무작정 물을 많이 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의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강수량은 0㎜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에 비해 현저히 적다.

보통 6월23일부터 7월24일까지는 장마 기간에 해당하지만, 올해는 6월 말 이틀간 35.3㎜의 비가 내린 것이 전부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은 이미 장마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에 밭뿐 아니라 논 작물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주군에서 벼농사를 짓는 60대 정모씨는 “논에는 아직 물이 차 있어 그나마 괜찮지만, 날씨가 너무 덥고 가물다 보니 해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울산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근 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해충의 발생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며 “실제로 논 노린재 출현 관련 민원도 예년보다 이르게 나타나고 있고, 또 증가했다. 수시로 방재를 나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하우스 농사는 하우스 내 관수시설이 있어 비교적 피해가 적지만, 노지 텃밭은 속수무책이다. 관수시설이 없는 노지 재배지에서는 생육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종묘상 김모씨는 “6월 말부터 비가 안 오다 보니 지금이 막 크는 시기인 오이, 가지, 고추 등의 작물들이 타버리거나 정상 생육하지 않고 있다”며 “기후가 평년과 다르니 최근 들어 사람들이 작물을 많이 심지 않는 경향도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논과 밭뿐 아니라 과실류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단감과 배 등도 평년에 비해 이른 병해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지금처럼 가물다가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지게 되면 바짝 마른 껍질이 터지는 열과 현상에 의한 피해도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논과 밭 등에 눈에 띄는 피해가 관측되진 않지만, 이런 기후 상황이 지속되면 과실류뿐 아닌 대부분의 작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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