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 사망 부른 수행평가, 본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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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사 사망 부른 수행평가, 본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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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의 한 고교에서 수행평가 민원에 시달리던 50대 교사가 극심한 정신적 압박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행평가 채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학부모의 3개월간 이어진 민원 테러가 교사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수행평가의 본래 취지가 무너지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극이다.

수행평가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고 창의력,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제도로, 기존의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교사에게 과도한 준비와 평가 부담을 안겨, 교사에게도 ‘지옥’과 다름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특히 평가 결과에 민감한 학부모와의 끊임없는 갈등은 교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에 충분하다. 수행평가가 입시와 내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이 제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고,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부는 이러한 폐해를 개선하겠다며, 오는 2학기부터 수행평가는 수업시간 내에서만 실시하고 외부 개입 가능성이 큰 과제형·암기형 평가는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수행평가가 ‘일제 고사’로 변질되고, 교사의 수업 자율성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문제의 본질은 수행평가가 입시용 기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작성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 평가를 ‘역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생 역시 단 0.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현실에서 수행평가 하나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과제와 시험이 몰리는 학기 중반엔 하루에 3~4개의 평가가 겹치기도 하고, 과제 난이도는 대행 업체나 부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매 학기 수행평가 계획을 학교로부터 제출받고 자체 점검표까지 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또 다른 문서 행정 부담일 뿐이다. ‘수행지옥’을 끝내기 위해선 단순히 수행평가를 수업 중에만 하라는 지침으론 부족하다. 입시 중심의 성적 반영 구조, 과도한 기록 요구, 획일적 지침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교사에게 평가권을 되돌리고, 학생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주는 평가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는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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