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 근현대유산과 관계자는 24일 옛 삼호교 현장을 방문해 침하 부위와 교각 균열, 구조체 훼손 상태 등을 점검했다.
다만 이날 조사는 1차 시각적 점검에 불과하며, 향후 구체적인 조치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구는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할 민간 업체를 선정 중이다. 최근 폭우로 인해 태화강의 탁도가 높아지면서 수중 시야 확보가 어려워 진단 착수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진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옛 삼호교는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교량으로, 지난 2004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때문에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보존 또는 철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중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침하가 확인된 상황이지만 긴급 보수를 하려면 현상변경 허가 등 행정절차를 먼저 밟아야 하는데, 이 역시 국가유산청의 심의가 필요하다. 안전 위험이 눈 앞에 있어도 문화재 보호 절차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옛 삼호교는 지난 1924년 준공돼 올해로 정확히 101년을 맞았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일반적인 수명이 약 100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내구성은 임계점을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적 한계도 명확하다. 인근 신삼호교의 경우 교각 간격이 50m에 달하지만, 옛 삼호교는 9m에 불과하다. 교각이 많아 간격이 좁으면 유속이 빨라져 교각 하부가 깎여 나가는 세굴 현상이 심화되고, 대형 부유물이 더 자주 부딪히면서 충격이 쌓이기 쉽다.
실제 지난 17~19일 집중호우로 태화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유속도 빨라지면서 교각 기초에 균열이 발생했고, 상판 일부가 2m가량 내려앉았다.
교량 양쪽 진출입로와 하부 산책로는 전면 통제된 상태지만 장마나 태풍 등 기상 악화가 반복될 경우 추가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구 관계자는 “옛 삼호교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모든 절차를 국가유산청과 협의해야 한다”며 “결국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나올 때까지는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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