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1차 국책사업에서 삼성SDI가 ‘압승’하며, 울산 친환경 산업 전환과 에너지 자립 정책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SDI의 국책사업 수주는 단발성 수익이 아니라 국가가 ESS 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만큼 ESS 제조기지인 울산은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 전환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서 삼성SDI가 전체 중 90% 가까이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SDI가 단독으로 465MW(전체의 86.1%)를 확보했고, 나머지 2개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했다. SK온은 수주에 실패했다. 삼성SDI는 저가의 리튬인산철(LFP)을 내세운 경쟁자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로 압도했다.
이번 경쟁입찰은 이의신청 기간 중이며, 이달 말 중앙계약시장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낙찰자가 최종 확정된다.
삼성SDI는 이번 사업에서 가격경쟁력보다, 높은 국내 산업 기여도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ESS용 배터리 셀 대부분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소재·부품도 다수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주효했다.
이번 정부 사업은 2026년 말까지 전남·전북·경북·강원·제주 등 전국 다섯 개 권역에 ESS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삼성SDI의 ESS 수주는 직접적인 사업 설치지역이 울산은 아니지만 △울산공장의 설비 가동률 증가 △추가 인력 채용 가능성 △지역 연관 산업 활성화 △울산시 정책과의 정합성 △지역 산업 생태계 고도화 측면 등에서 울산에 상당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생산 공장이 울산에 있다’는 이유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 울산의 산업구조가 맞물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울산시는 이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과 관련해 막바지 협의 단계에 있으며, RE100 산단 조성 후보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장치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만큼 이번 삼성SDI의 국책사업 수주는 울산이 이 같은 국가 정책과 정합성을 갖춘 도시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가격뿐 아니라 국내 생산 기반, 산업 파급력 등 비가격 요소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울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더욱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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