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열대야가 본격화하면서 공동주택 내 공용공간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단지 내 광장이나 벤치 등 야외 공용공간에서 늦은 시간까지 머무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잇따르는 것인데,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합의도 사실상 불가능해 갈등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2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구의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여름철 광장 소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앙광장 테이블에서 심야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있는데, 아파트 구조상 소리가 위로 울려 매일 밤 고통스럽다”며 “밤중에 단지를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 소음까지 더해져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했지만, 상황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구의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씨도 “방에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고 자는데 밤마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떠들며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며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는 만큼 웃음소리도 결국 소음이 되고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아파트 주민 C씨는 “요즘 물가가 올라 외출도 부담스러운데 막 하교한 청소년들이나 주민끼리 잠깐 노는 것까지 문제 삼는 건 너무 각박하지 않냐”며 “웃는 소리까지 민원 대상이 되면 도대체 어디서 놀라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처럼 공동주택의 특성상 개개인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공용공간을 둘러싼 민원 제기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공용공간을 둘러싼 민원은 특히 열대야로 늦은 시간까지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7~8월과 창문을 자주 여는 가을철에 더욱 민감해진다.
문제는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공용주택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규약 등을 통해 자율 규정을 정할 수 있지만, 주민 전체가 동의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음의 허용 범위나 시간에 대한 기준도 주민마다 달라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에 일부 아파트에서는 자체적으로 ‘매너타임’을 지정해 야간 시간대의 고성방가나 자전거 이용, 음주 등을 제한하고 있다.
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여름부터 가을철 사이 야외에서 머무는 주민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소음 신고도 늘어나는 편”이라며 “가벼운 소음은 중재할 수 있지만 음주 상태이거나 비행청소년 무리가 큰소리를 내며 피해를 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아파트 등 공용공간에서 야간에 소란을 피운다는 112 신고가 종종 접수된다”며 “단순 민원은 당사자 간 대화로 해결하도록 유도하지만, 심각한 주취상태이거나 다수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