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식용 금지를 앞두고 시한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 지역 보신탕집에 복날 특수가 찾아왔지만, 업주들의 얼굴엔 웃음 대신 깊은 한숨이 자리했다. 이들은 개 식용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책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복을 맞은 30일 남구의 한 보신탕집. 점심시간을 앞두고 식당 문은 열려 있었지만 예년 같으면 북적였을 손님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20년 넘게 보신탕집을 운영해온 박구로(50)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된 뒤, 업계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오는 2027년부터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되면서 업계는 사실상 시한부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박씨는 “법 제정 이후 보신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매출이 40% 가까이 감소해 인력도 줄였다”며 “당장 내후년부터는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상안도 정해놓지 않고 전·폐업 이행계획서부터 제출하라니, 순서가 잘못됐다”며 “그마저도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계획서를 내긴 했지만, 합법적으로 장사해온 사람들의 생계를 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관내 보신탕집 64곳은 모두 전업 또는 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중 49곳은 전업, 15곳은 폐업을 택했다. 지난해 1곳이 문을 닫았고, 올해도 1곳이 폐업할 예정이다.
시는 올해부터 전업 예정 업소에 한해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을 250만원 한도 안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폐업 예정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관내 개 식용 농장 10곳 역시 사업 규모를 줄이며 기한 내 폐업을 준비 중이다. 이로 인해 식당에 공급되는 개 고기 가격도 20~30%가량 오르면서 업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날 특수를 누린 식당조차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복을 맞아 일부 식당은 점심시간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업주들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구에서 20여년째 보신탕집을 운영 중인 A씨는 “단골손님들도 ‘앞으로는 못 먹는다’며 부쩍 자주 온다”며 “삼계탕 같은 부가적인 메뉴도 판매하고 있어 전업을 준비 중이지만 대부분 매출이 보신탕에서 나오다보니 전업 지원금만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의 개 농장과 보신탕집은 5625곳에 달한다. 대한육견협회 등 일부 농장주들은 개 식용 금지법이 직업 선택권과 재산권을 박탈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