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의 대단지 아파트 번영로 센트리지가 통합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단지별로 운영되면서 주차 문제를 비롯한 생활 전반에서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센트리지 5단지에 거주하는 박모(71)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름휴가로 집을 비운 동안 반려묘를 돌보기 위해 타지에 사는 딸이 열흘간 머물렀는데, 이달 말 관리사무소로부터 “방문자 주차시간 초과로 30만원이 부과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박씨는 “규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관리사무소에 사정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 예외가 없다”는 것이었다.
1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단지는 방문차량의 주차 시간을 월 100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30분당 500원을 부과한다. 최대 부과액은 30만원이다.
문제는 같은 센트리지 내 단지별 규정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초과 10분당 300~500원을 부과하거나 월 상한선이 없는 곳, 방문주차 제한 자체가 없는 곳도 있었다. 같은 대단지임에도 단지별로 규정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는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자 동의서를 받았다지만, 구체적 설명 없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논의된 전체 안건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니 나를 포함한 이웃들도 대부분 세부 규정을 모르고 있었다”며 “같은 아파트 안에서 단지별로 규정이 다른 것도 황당한데, 구제방안 없이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방문차량 증가로 입주민 주차 공간이 부족해 올 상반기부터 단지별 대표회의를 통해 제한을 도입한 것”이라며 “각 단지에서 정한 규정이라 개별 사정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센트리지는 5개 단지, 29개 동, 2625가구 규모의 대단지지만 개별 관리가 이어지면서 주차 문제뿐 아니라 관리비와 시설물 이용 등 여러 분야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각 동마다 경비원과 관리소장이 따로 배치되다 보니 인건비가 늘어나 기본 관리비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공동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중구청도 통합관리 전환을 돕겠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아직 진척은 없다.
중구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통합관리에 따른 비용 추계와 기대 효과를 정리해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행정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주민 합의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