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는 접어두고 무작정 도착하니
공원명 새긴 돌이 언덕 느낌 안겨주고
눈 앞에 펼쳐진 둔덕 예상 못한 득템이다
둔덕을 오른 아이 토굴을 지난 아이
한 뼘씩 자란 마음 서로서로 자랑하고
펼쳐진 모래놀이장 너도나도 함박웃음
느림을 말하고는 성장을 서두르고
빗물로 채운 양을 너도나도 셈을 하며
나무집 지구 보호란 말 곧바로 터득한다

울산 중구 서동에 자리한 어린이공원이다. 언덕의 느낌이 있는 곳의 검은 돌에 흰 글씨로 황방공원이라고 적어놓았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생태놀이터라는 글귀가 있어 반가웠다.
이 공원은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울산 중구청에서 자연적 요소와 자연 재료를 활용해 생태체험학습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생태놀이공간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글이 있다.
생태와 관련된 공원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공원 중앙에 미처 생각지 못한 둔덕이 있어 제일 먼저 올라가 보았다. 네잎클로버가 터를 잡고 한참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둔덕 안은 모래놀이장이다. 아이들이 둔덕을 오른 후 산에 오른 기분으로 야호를 외칠 것 같다.
둔덕놀이터는 개발 이전의 마을 언덕을 형상화한 것임을 설명해 놓았다. 시골 마을 뒷산 동굴을 탐험하듯 굴속을 통과하고 재미있는 미끄럼틀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미끄럼틀에서 오른쪽으로 가 보면 우리 동네에 새들과 곤충이 살고 있으니 나무에 걸려 있는 새집과 곤충 호텔을 자세히 관찰하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어떤 새와 곤충들을 볼 수 있는지 궁금히 여기며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다.
속삭이는 흙을 밟으며 걸어간 곳은 나무를 이용해 둥근 모양의 울타리를 만들어놓은 휴게 쉼터다. 자갈이 깔린 두 개의 휴게 쉼터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다양한 사각 의자들이 예쁜 색깔로 놓여 있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자갈로 숫자놀이도 하고 어떤 모양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질 수도 있겠다.
다리가 불편한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공원을 돌고 있다. 다리가 아프면 파고라에 앉아 쉬기도 한다. 몇 명의 어른들은 운동기구를 사용한다. 공원은 확실히 도심의 허파로 자리매김됐다는 기분이 들면서 공원이 더욱 좋아지는 요즘이다. 산에 오르기는 힘들고 집에 있기도 지루하고 그럴 때 가까운 공원은 그런 부분을 해소시켜 주는 활력소가 된다.
둔덕에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하는데 인근 삼일초등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1학년쯤으로 돼 보이는 아이들은 파고라에 앉아 선생님의 당부 말씀과 요구사항을 귀담아듣고 각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서 담는 것 같았다. 한 아이가 클로버 꽃을 하나 따서 넣는다. 체험학습의 장이 제대로 실천되는 것 같아 공원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공원에서 책장을 넘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는 어른들은 기쁘다. 통나무를 밟으며 꿈이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미소를 볼 때면 덩달아 웃음 지어진다. 생태놀이터에서 많은 꿈을 키워내는 아이들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 이 어찌 흡족하지 않을 수 있을까. 뜻밖에도 득템한 기분이 드는 황방공원이 고맙기 그지 없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