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춘만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초대형 시추선 및 LNG선 등 선박블록의 조립 과정 등 선박 건조 현장에서부터 완공된 선박이 독(dock)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는 야경, 출항 모습, 출항 이후 항해하는 배 안팎의 풍경 등 약 30점을 선보인다.
조춘만은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용접사 출신이다. 그는 1974년 만 18살의 나이에 현대중공업 소조립 선체제작부에 근로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약 10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하며 철판 한 조각, 또 이 조각을 이어 붙여 선박 블록을 만드는 취부사 일을 하면서 거대한 블록들의 합체로 웅장한 선박으로 변모하는 경이로운 과정을 목격했다.
조 작가는 “그것은 단순한 산업 현장이 아닌, 인간의 손길과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살아있는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며 “분열하는 세포처럼 철판들이 하나, 둘 이어져 거대한 블록을 이루고, 마침내 드넓은 바다를 누빌 선박이 탄생하는 과정은 한 개의 세포가 분열해서 완전한 생명체로 탄생하는 인간의 생명 창조 순간과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배관 용접 기술을 배워 배관용접사로 직업이 바뀌었으며, 중동의 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일을 해오다 뒤늦게 사진작가가 되었다. 이후 조춘만은 자신이 일했던 여러 공장이나 현장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자신만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2013년 8월 50대 후반의 장년의 조춘만은 젊은 시절 그가 그토록 타고 싶어했던 대형선박인 컨테이너선 아퀼라호(13만t급)에 승선했다.
수많은 노동자의 피, 땀, 눈물로 채워진 독에서 몸집을 불린 아퀼라호는 용접사 조춘만을 태우고 망망대해를 향해 출항했다. 조 작가는 “13만t 선박의 키를 직접 잡아보는 순간, 나는 거대한 선박과 하나가 된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선박과 깊이 교감하고, 바다와 하나 되는 황홀경을 느꼈다”고 당시 소회를 전했다.
조 작가는 “강철이 만들어 내는 웅장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땀과 열정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산업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재조명하고자 했다”며 “특히 보이지 않는 그 땀과 열정의 숭고함에 주목했다. 내가 흘렸던 굵은 땀방울, 동료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담아내, 그 시절의 숭고한 노동을 기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오프닝은 27일 오후 6시.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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