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마주한 치매 아버지와 이별 ‘잘 가요 아버지’
상태바
딸이 마주한 치매 아버지와 이별 ‘잘 가요 아버지’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4년 본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깊은 숨>으로 등단한 황혜련 작가가 신간 <잘 가요 아버지>(실천문학·211쪽)를 출간했다.

이 책은 누구나 피해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가족의 치매라는 유령의 시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가 묻고 답하는 소설은 살아 있는 이별을 묵묵히 견뎌내는 자들을 위로한다.

황 작가는 “치매라는 경계 너머의 삶이 경계 이쪽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하는지 그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서로 상처입은 삶을 다독이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하고 싶어 이 소설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됐다. 1부 ‘아버지의 집’은 50년간 몸담고 살았던 아버지의 집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아래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그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무의식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그렸다.

2부 ‘아버지의 여자’는 아버지의 여성 편력이 치매라는 불가항력 속에서 어떻게 하나하나 함몰돼 가는지를 담았다. 3부 ‘잘 가요 아버지’는 치매 와중에 중환자실 입원이라는 더 큰 난관을 겪으면서 가족들은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가며 화해하게 되는지를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각 장마다 소재는 다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치매다.

소설은 아버지로 살았던 한 범부가 치매가 옴으로써 유령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인생의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마감하게 되는지를 딸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황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다. 무뎌질 때도 됐는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진다”며 “아버지의 자식으로 살 때는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아 받는 수혜가 너무나 당연하다 여겼지만 정작 아버지가 자식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는 당연한 게 하나도 없었다. 이 소설은 그런 불공정한 거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을 쓰는 내내 아버지 얘기를 아버지 허락도 없이 써도 되나 걱정했다. 이제 와서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은 고약을 발라 다 아문 상처를 다시 헤집는 것이었지만 아버지 얘기는 내가 작가가 된 이상 쓰고 죽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됐다”며 “기억이 희미해지면 쓰고 싶어도 못 쓸 것이다. 그리움이 남아 있을 때 붙잡아 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황혜련 작가는 본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염소>가 1000만원 고료 진주가을문예에 당선됐으며, 장편 소설 <촌>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을 수상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초가을 밤하늘 빛으로 물들였다
  • 한국드론문화협동조합 양산서 공식 출범
  • 2025을지훈련…연습도 실전처럼
  •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추진
  • 물과 빛의 향연…‘남창천 물빛축제’ 6일 개막
  • 퇴직했는데…2019년 월급이 또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