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의료급여 수급자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전년에 비해 5.1% 늘어났다.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중위소득 기준 상향, 부양의무자 완화 같은 제도 변화의 여파라 해도, 울산의 증가폭은 크다. 수급자가 늘면 의료비 지출도 불가피하게 불어난다.
울산시는 장기입원자 퇴원 유도, 재가의료 전환, 맞춤형 사례관리 등을 통해 최근 3년간 108억원의 진료비를 절감하며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우수기관, 최우수기관으로 잇따라 선정됐다. 전국 최초로 의료급여기금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자율점검단 운영, 과징금 징수율 제고 같은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행정 성과만 놓고 보면 분명 모범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의료급여는 단순히 줄일 비용 항목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지탱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진료비 절감 실적에 치중하다 보면 의료 접근성이 위축되고, 결국 수급자의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울산이 내세운 ‘효율화’의 가치는 결국 지속가능한 구조로 이어질 때 진정성을 가진다. 병원 이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퇴원 유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퇴원 이후의 삶을 관리할 지역사회 기반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진정한 절감은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자잘한 질병이나 불안 증세에도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수급자들이 상담, 돌봄, 자활, 일자리 연계, 건강관리 같은 대안을 병원 밖에서 먼저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진료비 절감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 자립을 돕는 정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좋은 사례들이 있다. 대구 수성구, 전북 익산시는 지역 자활센터, 복지기관, 전통시장, 일자리 사업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수급자가 병원 밖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퇴원 이후 1년 이상 건강을 모니터링하며 재입원을 줄이는 체계도 갖췄다. 그 결과 재정 절감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이루는 성과를 냈다. 울산도 이 같은 모델을 참고해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출발선에 불과하다. 의료급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필요한 의료는 더 촘촘히, 불필요한 의료는 줄인다’는 원칙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행정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기관 안팎에서 수급자를 지지할 수 있는 돌봄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울산시 의료급여 정책이 진정으로 전국의 모범이 되는 길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