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울산 산림이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심각하게 황폐화되고 있다. 고온 현상이 심화되며 재선충병의 매개충 활동 기간이 앞당겨지고, 개체 수까지 늘면서 병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문수산, 무룡산, 동대산 등 도심 인근 산림은 가을도 아닌데 벌겋게 물든 상태다. 울산은 매년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도 소나무 숲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울산은 17개 시·도 가운데 경북, 경남에 이어 재선충병 피해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최근 5년간 울산 산림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총 35만 그루에 달한다. 이는 산림 1㎢당 약 479그루가 감염된 셈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밀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잔존 감염목은 16만 그루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울주군과 북구는 각각 ‘극심’ ‘심’ 지역으로 분류돼 집중 방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확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울산시와 지자체는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벌목과 훈증, 파쇄, 소구역 모두베기 등 다양한 방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만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8억원을 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투입한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가속화되는 병해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거된 감염목을 현장에 쌓아 훈증하는 방식은 산불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울주 온양 산불도 훈증더미에 남아 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 재점화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이제 울산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맞춰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먼저, 재선충에 취약한 소나무 대신 병충해에 강한 활엽수종으로 수종을 전환하고, 장기적인 숲 복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 기후로 변한 지역에는 이에 적합한 수종 선택이 필수다.
또한 훈증 대신 전량 파쇄 방식을 도입해 산불 위험을 낮추고, 방제 예산 일부를 수종 갱신과 생태 복원에 투자해야 한다. 예찰 강화 같은 예방 전략 역시 즉시 실제 방제 사업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겉보기만 좋은 허울뿐인 정책에 그친다.
산림은 탄소 흡수원이며, 도시의 열섬을 완화하고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방제 전략, 그리고 수종 전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산림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소나무재선충은 지금도 산림을 붉게 물들이며 감염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산림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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