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가을의 계절감과 달리 끈질기게 여름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가 있다. 바로 ‘가을 모기’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후가 바뀌며 가을이 모기의 전성기가 되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6~8월)에 잡힌 모기보다 가을철(9~11월 둘째 주) 모기가 더 많았다. 과거에는 7월이 절정이었지만, 2020년 이후로는 10월과 11월이 모기 활동의 최고치를 기록한다. 올해는 이 추세가 더 뚜렷하다. 9월 첫 주 와 둘째 주 채집된 모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 25.7%와 13.8% 많았다. 계절의 시계가 바뀌자 모기의 달력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모기가 가을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기는 변온동물로 25~28℃에서 가장 활발하다. 한여름 33℃를 웃도는 폭염은 모기에게도 버겁다. 반면, 가을은 낮 기온이 25℃ 안팎, 밤에도 15℃ 이상을 유지해 모기의 생존과 번식에 이상적인 기상조건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가을 기온이 높게 유지되고, 잦은 국지성 비로 산란지가 유지되면서 모기의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모기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 매개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70만 명 이상이 모기 등 매개 곤충으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62건의 토착 감염이 보고됐고, 올해 8월까지 373건이 확인됐다. 일본뇌염은 발병하면 치명률이 20~30%에 이르고, 생존자의 절반 가까이가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는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뎅기열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88억9000만달러(12조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 말라리아 부담이 큰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평균 1.3%p 낮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말라리아 환자 1인당 치료비는 약 2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일본뇌염 역시 건당 최소 1000~3000달러 이상이 들며, 후유증 관리비까지 합치면 가계와 사회의 부담은 막대하다. 가을 모기는 보건 문제를 넘어 GDP, 노동시장, 의료재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후경제학적 리스크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조기경보 체계가 필요하다. 기온·습도·강수량, 모기 지수와 환자 발생을 통합 관리해 지수가 급등하면 즉각 방제가 가능해야 한다. 계절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 모기의 피크가 여름이 아닌 가을에 집중되는 만큼 8~10월을 집중 방제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뇌염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말라리아 신속 진단키트를 접경지역과 군부대에 상시 배치하는 의료 대응도 필수다. 도시 환경 관리, 특히 맨홀과 정화조, 빗물통 같은 산란지를 차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달라진 계절의 시간표에 맞춰 방역·의료·경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조기경보, 집중 방제, 예방접종, 도시 관리, AI 기반 예측까지 종합적 대응이 뒷받침될 때, 우리는 건강과 경제를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