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경찰이 캄보디아발 국제사기 조직을 대거 검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청년층을 중심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고문당해 숨진 사건을 비롯해 실종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외 사기가 아닌 인신매매·자금세탁·폭행·살인이 얽힌 국제적 조직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크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대기업을 사칭하며 SNS와 데이팅 앱을 통해 한국인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투자 공부’‘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혹한 뒤 돈을 빼앗거나 여권을 빼앗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범행에 동원했다. 현지에는 콜센터, 인력모집 사무실, 자금세탁 거점까지 두루 갖춘 정교한 범죄 카르텔이 존재했다.
범죄자금의 흐름과 피해자 계좌 일부가 울산 지역에서 포착되면서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총 83명이 입건되고 24명이 검거됐다. 검거자 중에는 폭력조직 출신 자금세탁책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해외 콜센터 범죄를 지원하거나 자금을 운반하는 ‘하부 네트워크’가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핵심 총책들은 여전히 캄보디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120억원대 사기 혐의 한국인 부부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임에도 캄보디아 현지서 9개월째 체포와 석방을 반복하며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있다. 현지 경찰 부패와 범죄인 인도 거부가 얽혀 사실상 수사 공백 상태다.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수배 자체를 주저하는 현실은 한국 사법주권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정부에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강제할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경찰은 국제공조와 정보기관 협력을 강화해 실질적 송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특정 사건’이 아닌 ‘구조적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외교·수사·정보가 결합된 상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울산은 자금세탁과 범죄연계 정황이 집중적으로 포착된 지역이다. 청년층을 겨냥한 온라인 사기, 해외취업 유혹, 가상화폐 송금 범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울산시는 경찰과 교육기관, 지역 금융기관과 협력해 청년 대상의 사이버 금융·해외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피해 예방 홍보를 체계화해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