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다. 우리는 물 없이는 단 며칠도 생존할 수 없다. 인류의 모든 문명은 강과 바다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자원임에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 가치를 쉽게 잊곤 한다. 물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워터(Water), 물(水), 아쿠아(Aqu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인 97%는 바닷물로 직접 마실 수 없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3%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중 상당수는 빙하나 지하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 접근 가능한 지표수는 전체 담수의 0.4%에 불과하다. 이 사실만으로도 물이 얼마나 귀하고 제한된 자원인지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 선언하며 물을 모든 존재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물은 흐르며 변화를 만들고, 부드럽지만 거스를 수 없는 힘을 가진다. 동양에서도 물은 도덕과 삶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물의 덕을 최고의 선으로 칭송하였다.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낮은 곳으로 흐르고, 다투지 않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물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 인간 삶과 철학, 문명의 본질을 담은 상징이다.
공학적으로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한 화합물(H●O)이다. 화합물내 공유결합, 수소결합 그리고 비공유전자쌍으로 인해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 물은 얼음이 될 때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져 떠오르며, 비열이 커서 온도 변화를 천천히 흡수하고 방출하여 생명체가 안정적인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세 가지 상태(수증기·액체·얼음)로 자유롭게 순환하며, 극성 용매로 다양한 무기물과 영양분을 녹여 생명 유지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물이라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댐, 정수시설, 하수처리장 등 다양한 기술로 물을 다루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가속화된 오늘날 이러한 체계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25년 강릉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가뭄 사태였다.
당시 강릉은 108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평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을 기록했고,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0% 이하로 급감했다. 강릉시의 생활 및 공업용수의 86.6%를 공급하는 핵심 자원의 위기는 곧 18만 주민의 물 부족으로 이어졌다. 하루 15분만 제한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공공시설 급수 중단과 화장실 폐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시행됐다.
가뭄의 원인은 여름철 강수량 급감과 태풍 부재, 열돔 현상 등 기후 변화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였다. 여기에 미흡한 수도 관리와 사전 대비 부족이 피해를 키웠다. 경보가 여러 차례 발령됐음에도 근본 대책을 미루면서 대응 시점이 늦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도 일었다.
다행이 9월 중순의 단비로 저수율은 11%에서 60% 이상으로 회복되어 24일 만에 재난사태가 해제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앞으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기후 위기의 경고였다. 물은 무한하지 않으며, 우리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자원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개인의 인식 변화와 절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뭄이 닥친 후 물 절약을 외치기보다 미리 대비하는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강릉 사태는 기후 변화 시대에 물 부족이 언제든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였다. 이제 물 관리는 정부의 책임을 넘어 모든 시민의 공동 과제이다.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와 더불어,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물을 아끼고 소중히 사용하는 작은 실천을 이어갈 때 자원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가능할 것이다.
구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 교수 운영지원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