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으로 불렸던 울산이 여전히 ‘죽음의 산단’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한때 성장의 상징이던 울산은 이제 산업재해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서만 1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해 15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전국 68개 국가산단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온산공단에서도 3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울산공단의 산업재해 규모는 전국적으로도 단연 압도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단의 안전을 전담하는 인력은 단 한 명뿐이다. 국내 1호 국가산단임에도 노후화된 설비와 배관이 즐비한 이곳에서 ‘1인 안전관리’가 현실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인천·경기·경남·전북·전남 등 다른 5개 지역본부가 최소 2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울산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화약고’로 불리는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738개 울산석유화학단지 입주 업체에서 총 60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율은 8.1%로 압도적인 전국 1위다. 전국 평균보다 5배 높다. 화려한 ‘석유화학 메카’의 이면에 숨은 실상은 치명적인 화학사고율이다.
현재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단 내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사업장은 전국의 약 25%에 해당하는 470여곳이다. 또 석유화학단지 지하에 매설된 1775㎞의 배관 중 상당수는 설치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배관이다. 부식과 균열이 심각해 폭발·화재·누출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울산은 여전히 ‘노후산단’과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위험 속에 있다. 기업의 자율적 안전조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고위험 산업시설일수록 공공의 개입과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다. 석화단지 통합파이프랙 구축사업 추진, 전문 안전인력 확충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영광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희생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더 이상 경제 발전의 이름으로 죽음을 감내해서는 안 된다. 산업의 생명은 생산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다.
울산이 ‘산업수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근본적인 안전혁신으로 ‘죽음의 산단’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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