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지역특화발전특구의 운영 실태는 제도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다. 전국 228개 지정 특구 가운데 56개가 해제되거나 통합됐고, 현재 운영 중인 172곳 중 41%는 규제특례를 한 건도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제도 도입 20년이 지났지만, 정작 지역 성장의 견인차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2000년대 초 각 지역의 산업적 특색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신규 특례 발굴이 사실상 멈추면서 제도는 ‘이름뿐인 간판사업’으로 전락했다. 많은 지자체가 관광·체험형 사업에 집중하며 본래의 산업특화 기능은 희석됐고, 규제완화 효과 역시 체감되지 않았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울산에는 언양·봉계한우불고기특구, 장생포고래문화특구, 태화역사문화특구 등 세 곳이 지정돼 있다. 전통문화와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일정 부분 지역경제에 기여했지만, 산업적 자율성과 혁신성은 부족했다. 규제특례 활용도 낮고, 관광 중심의 콘텐츠에 편중돼 지역 내 파급효과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도시 울산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최근 정부에 신청한 ‘해양산악레저특구’를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구의 일산해수욕장·대왕암공원 일대와 울주군 영남알프스 일대를 하나로 묶은 대형 특구 구상이다. 해양과 산악을 연계한 복합 관광지로서, 단순한 관광지 조성에 머물지 않고 산업·숙박·교통 인프라를 통합한 종합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 케이블카나 마을호텔, 산악관광 베이스캠프 같은 사업이 계획돼 있지만, 이들이 지역 산업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축제형 특구’로 끝날 수 있다.
특히 조선업 침체로 산업 다변화가 시급한 동구의 현실을 고려하면, 해양레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유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규제특례를 활용한 민간투자 유인, 지역 기업의 참여 확대, 체류형 관광 기반 확충이 함께 추진될 때만이 지역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 ‘해양산악레저특구’가 관광객 유입을 넘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야 하는 이유다.
울산의 해양산악레저특구가 산업과 관광, 인프라를 아우르는 융합형 모델로 거듭난다면, 정체된 지역특화정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의 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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