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소재 전쟁의 시대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의 패권은 어떤 소재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우리가 ‘소재 강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소재 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며, 우리 고등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
소재 산업은 첨단 기술의 뿌리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와 공정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이를 구현할 소재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소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척도가 됐다.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기업들이 R&D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래차에 들어갈 더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할 특수 소재 개발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소재 산업의 도약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소재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부터 생산, 품질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이는 곧 이공계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회의 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청년들은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중소·중견 소재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간극을 메울 열쇠는 바로 고등교육의 혁신에 있다. 우리 대학 교육은 그동안 산업 현장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보다는 이론 중심의 교육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 대학은 과감하게 울타리를 허물고 산업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소재 기업들과 연계한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현장 전문가가 직접 강의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기업의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소재 산업 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 그리고 고등교육 혁신은 각각 분리된 과제가 아닌,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다. 강력한 소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대학은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과 규제 혁신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재에 투자하고, 대학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 또한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산업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할 것이다.
소재 강국의 꿈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산업과 청년, 그리고 교육이라는 세 개의 축이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흔들림 없는 경제 강국으로 나아가고 청년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그 길을 함께 열어갈 때다.
정은 울산대학교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