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A씨는 이달 중순 알코올 중독이 걱정되는 세입자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열린 창문 너머로는 술에 취해 잠든 것처럼 보이는 세입자가 있었다. 걱정된 마음에 즉시 119에 신고했고, 119종합상황실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세입자의 호흡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세입자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그날의 충격은 지금도 A씨의 마음을 짓누른다.
#지난 6월 울주군 선바위도서관 일원을 산책 중이던 B씨는 목을 맨 채 숨진 사체를 발견했다. 놀란 그는 급히 119에 신고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목매단 분을 내려 CPR을 할 수 있겠냐”는 권유였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소방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 일은 두고두고 B씨를 괴롭히고 있다.
자살, 고독사 등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변사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할 경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소방당국에는 ‘시신 발견 신고 상담·대응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은 ‘변사사건 처리 규칙’ 등에 따라 현장조사에 나서는 반면, 소방의 대응 지침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 때문에 신고 유형이나 상황에 따라 대응 방식은 담당자 재량에 달려 있다.
소방 당국은 절단이나 부패 등으로 명백한 사망이 확인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조치를 위해 신고자에게 ‘호흡·맥박 확인’ 등을 권유한다. 이는 피신고자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현장에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소방 지침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권유가 신고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남길 수 있다. 신고자는 시신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고, 사망 현장을 목격한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질 위험도 다분하다.
이에 관련 신고에 대한 세부 대응 매뉴얼 마련과 신고자 심리적 보호장치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구급대원은 현장 확인과 사망진단 권한의 한계 때문에 현장 정보를 신고자를 통해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신고자의 심리적 외상 방지와 세심한 매뉴얼 정비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