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14일부터 부과해온 PCTC 입항 수수료를 10일(현지시간)부터 내년 11월9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조선·해운 제재 상호 중단’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USTR은 앞서 중국이 조선·해운·물류 분야에서 불공정한 정책과 보조금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제재를 시행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t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항하는 7000CEU급(1CEU=완성차 1대) 자동차 운반선 1척은 약 1만9300t으로 입항 시마다 88만8800달러(약 12억7000만원)를 수수료가 부과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연간 부담액만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북미로 나가는 완성차 수출단가에도 직격탄이 예상됐다.
업계 관행상 이 비용은 해운사보다 화주인 완성차 제조사가 부담해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실제로 운임 인상분을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화주에 통보했으나, 이번 유예 조치로 관련 비용은 일단 소멸됐다.
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의 2025년 수수료 부담액을 기존 700억원 수준에서 120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는 이번 유예 조치가 시한부 면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내년 11월 이후 미국이 다시 입항 수수료 부과를 재개할 경우 수출단가 인상과 물류망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예는 일시적인 완화일 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가 유지되는 한 언제든 재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입항 수수료 유예로 당장 숨통이 트였지만, 1년 뒤 다시 부과될 경우 수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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