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EV 배터리 수요는 2024년 약 1TWh에서 2030년 3TWh 이상으로 세 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전기 승용차 증가 때문만이 아니라, 전동화가 트럭·버스 등 상용차 부문까지 본격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항공 모빌리티·로봇·건설기계·방산 등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확대되는 시장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현재 전 세계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을 살펴보면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리튬·니켈·코발트 정제, 전구체·양극재·분리막 등 핵심 소재, 그리고 장비 분야까지 중국이 빠르게 장악하며 배터리 전 과정에서 가격·공급·기술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쟁 우위가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각국은 배터리 공급망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현지 생산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고, EU에서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EU 차원에서 핵심 원자재를 공동으로 관리·확보하는 등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갖춘 도시다. 완성차 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이었고, 대규모 화학·정유·플랜트 산업은 배터리 소재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동북아 물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울산항까지 더해지면서, 원재료 유통·완성품 수출·에너지 프로젝트 수행이 모두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이러한 산업과의 연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셀·모듈·팩뿐 아니라 양극재·음극재·전해질·전구체 등 화학 소재 산업이 필요하고, 대규모 ESS 실증을 위해선 전력 인프라가 필수다. 울산은 이런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도시 중 하나다. 이차전지 시장은 단순한 전기차 중심 시대를 넘어 전동화 확대,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ESS 시장 증대, 배터리 재사용, 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제조 기반을 갖춘 도시가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울산은 산업 기반·항만 인프라·기술 생태계 등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도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울산시를 중심으로 지역 내 혁신기관이 상호협력하여 전주기 밸류체인 구축 및 차세대 기술 확보 등 울산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변화의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다시 한 번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배터리 도시 울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철우 울산테크노파크 이차전지기술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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