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결혼·출산은 늦어지고 돌봄 무게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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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결혼·출산은 늦어지고 돌봄 무게는 더 커졌다
  • 경상일보
  • 승인 2026.01.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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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가족 규모는 작아지고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돌봄과 가사 부담은 여전히 가족 내부에, 특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그 결과 일·생활 균형의 체감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 울산복지가족서비스원이 지난해 말 5년만에 발표한 가족 실태조사는 이 변화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의 결과로 분명히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울산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00만~400만원 구간이 가장 많았고, 한때 2순위를 차지하던 400만~500만원 구간 대신 200만~300만원 구간의 비중이 커지며 중·저소득층이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이런 소득 구조 속에서 적정 결혼 연령은 남성 33.44세, 여성 31.14세로 5년 전보다 각각 1.5세, 1.9세 높아졌다. 평균 결혼비용도 445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가족 내부의 긴장도 커졌다. 배우자 갈등 경험과 이혼을 고려한 비율이 크게 늘었고, 갈등의 원인 역시 성격 차이나 일시적 문제에서 부모 간병, 자녀 교육, 장시간 노동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했다. 돌봄의 무게가 가족관계의 안정성 자체를 흔드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가정 내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와 초등 돌봄에서 부모 직접 돌봄 비중은 오히려 늘었고, 돌봄 공백은 맞벌이 가구의 퇴근 시간대에 집중됐다. 취업률은 크게 높아졌지만, 장시간 근로 구조가 유지되면서 일·생활 균형의 체감은 개선되지 않았다.

노후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노후의 돌봄과 주거를 가족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에 맡기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족이 생애 전반의 위험을 감당하던 기존 모델은 한계에 이르렀음을 드러내고 있다. 가족은 더 이상 모든 돌봄과 책임을 떠안을 수 없는 상태다.

이 조사 결과는 울산의 저출산·가족 위기가 인식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선택은 현실적 판단의 결과다. 일이 길고, 돌봄은 집에 남아 있으며, 비용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가족을 꾸릴 유인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출산 장려나 인식 개선에 머무는 접근은 한계에 다다랐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유연근무를 실질화하며, 돌봄 서비스의 시간과 방식부터 생활 리듬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울산의 가족은 버티다 지쳐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족이 감당해온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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