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가장 큰 이벤트는 지방선거다. 울산에서도 시장 후보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출마예상자들은 신년인사를 겸해 본격적으로 자기 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특정 인물의 당락을 가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울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울산은 산업수도답게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심장부다. 하지만 현재 울산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의 압력을 마주하고 있다. 울산은 AI와 자동화,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산업 대전환의 요구를 가장 먼저 받고 있는 도시다. 기존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안전과 환경 등의 사회적 과제에 대한 대응도 버거운 상황에서 산업전환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격변기에 울산시장 후보는 어떠한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가.
우선 산업전환을 이해하는 전략가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구조적 전환기에 울산 시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산업을 ‘관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과거의 시장들이 공장 유치나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 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AI가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고, 자동차·조선·에너지 산업을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과거의 공업 또는 ‘공장’ 개념의 시각에서 벗어나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구와 도시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도시설계 역량이 필요하다. 울산도 예외 없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파고에 놓여 있다. 특히 울산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이탈이 심각하다. ‘청년 정책의 확대’ 등의 레토릭은 수 없이 반복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청년 유출은 일상화되고, 도시는 늙어가고 있다. 청년이 머무르고 가족이 정착하는 도시는 일자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거, 교육, 문화, 의료, 교통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도시설계를 통해, 울산을 매력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중앙정부와 협상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정파적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다. 울산도 마찬가지여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시장은 특히 반대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전환의 시대에는 결정의 속도만큼 정당성이 중요하다. 시민참여를 ‘자기편’의 참여나 형식적인 참여로 전락시키지 말고,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정직한 설명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울산의 산업전환을 비롯한 주요사업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책전문성과 정무적 판단을 통해 중앙정부와 정책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은 시장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다. 시장은 울산의 요구를 국가적 어젠다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선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울산이 발전해 온 과정을 돌아보면, 공업센터지정, 울산광역시 승격, 태화강 살리기 등 세 번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계기가 있었다. 1960년대에 공업센터로 지정돼 어촌에서 산업수도로 발돋움했고, 1990년대의 광역시 승격은 울산의 독자적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됐다. 2000년대 이뤄진 태화강의 생태회복은 울산을 일거에 친환경도시로 변모시켰다. 이 중 울산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추진된 것은 태화강 살리기뿐이다. 그만큼 시장이 주도해 대규모 도시변혁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울산은 지금 또 하나의 대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변화의 격랑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결국 이 도시를 이끄는 리더가 누구인가에 달려 있다. 금년 지방선거는 바로 이러한 중대한 갈림길에서 치러진다. 울산에는 과거의 테이프를 되감아 철지난 구호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산업·도시·세대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공공리더(public leader)가 필요하다. 후보들 역시 정치적 상황에 편승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자신이 어떤 역량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정준금 울산대 명예교수
